"원룸 월세가 70만원" 대학가의 '한숨' [르포]
관리비는 월세보다 더 많이 치솟아…1년 새 14%나 급등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학교에 입학하고 12월에 바로 원룸을 구했어요. 그런데도 매물이 없다고 해서 부동산 여러 곳을 방문해야 했어요. 간신히 찾은 방도 가격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최근 방을 구했다는 신입생 A씨의 얘기다. 자그마한 원룸 월세가 60만원을 넘어선 곳이 많은데 매물마저 씨가 말랐다며 한숨을 지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대학가에서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학생들의 월세 수요가 늘고 고금리 장기화로 집주인들의 부담이 늘면서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사실 대학가 월세 상승은 최근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5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2% 상승했다.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학교가 몰려 있는 이문동에서는 보증금 1000만원에 65만~70만원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깔끔하고 관리가 잘 돼 학상들이 선호하는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 넘어서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인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작년과 비교해서 원룸 월세가 15%정도 올랐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지금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65만~70만원 정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수요가 없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조차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많다"면서 "자금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비교적 높은 보증금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고충은 월세에 그치지 않는다. 매달 납부하는 관리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방에 따르면 올해 주요 대학가 관리비는 8만원으로 작년 같은달보다 14.31% 올랐다. 월세와 관리비를 납부하면 75만~80만원 가량이 주거비로 나가는 셈이다.
광진구에서 다른 중개 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월세를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관리비를 대신 인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월세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관리비를 올리는 집주인이 많다"며 "관리비가 제2의 월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는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월 10만원 이상 관리비를 부과하는 매물을 광고할 때는 ·일반관리비·사용료(전기·수도료, 난방비 등)·기타관리비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관리비 상승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행안 계도기간이 내년 3월 31일까지인 만큼 현재는 관리비를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가 원룸은 늘 부족하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기 쉽고 일자리가 많은 대학가를 선호한다. 또한 12월이면 새로 집을 구해야하는 신입생은 많은 반면 졸업을 한 이후에도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원룸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문동에 거주하는 학생 C씨는 "사람이 많은 대학가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쉽고 강의가 끝난 후 왕래하기도 편하다"면서 "월세가 비싸다고 느끼지만 대학가에 학생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월세에 새 방을 구하기보다 재계약하는 비율이 늘어나 새로 집을 구하려는 학생들은 학기가 끝난 직후인 12월 말부터 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A씨는 "12월 중순부터 매물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지금 확보한 원룸 매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개강이 다가오는 1월 말~2월 초까지 집을 구하지 못한 학생은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방을 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월세에 대한 학생 부담은 커져도 월세 가격은 상승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2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024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주택 공급부족 등으로 전월세 가격은 상승폭 확대 가능성이 크고 거래량도 금년 대비 20% 내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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