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뒤 윤 정부 퇴행 계속…교수들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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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저문다.
지난 5월 "현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헌법을 파괴"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창록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지난 27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3자 변제안'에 수많은 시민과 지식인이 성명과 시국선언을 통해 지적하고 폐기를 요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이라는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각성을 촉구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퇴행과 실정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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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토론회 진행·노란봉투법 입법
‘잠수함 토끼’처럼 사회참여 계속
2023년이 저문다. 지배권력이 장악에만 열을 올리고 역사는 퇴행시켰던 대한민국의 1년은 사실상 삭풍만 몰아치는 한겨울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뜨거운 분노와 따뜻한 연대를 보이며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 외치고 힘없는 이에겐 손을 내밀었다. 2023년의 끝에도 또 한해를 살아갈 용기를 내는 이유다. 한겨레 토요판이 커버스토리 보도 이후를 되짚으며 2024년 다시 희망을 얘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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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캠퍼스가 열리는 3월부터 시작해 5월까지 들꽃처럼 피어났다. 이른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와 부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한겨레와 인터뷰했던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일본 전범기업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만든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 제안 등 대일 굴욕외교를 시국선언의 시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지난 5월 “현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헌법을 파괴”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창록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지난 27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3자 변제안’에 수많은 시민과 지식인이 성명과 시국선언을 통해 지적하고 폐기를 요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잠수함의 토끼’(사회 모순을 선구적으로 알려야 하는 지식인의 역할)와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 참여)을 강조했던 교수들은 행동으로 이를 실천했다. 손광락 경북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6월 윤석열 심판 2차 대구 시국대회와 불교계 야단법석 시국법회 △7~8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대구시민 토론회 △8월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구 시국기도회 △10월 대구·경북 시국좌담회 등을 시민단체와 손잡고 진행했다. 손 교수는 “대구를 박정희 대통령 이전 ‘진보의 도시’로 변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채형복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회사 쪽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개정에 힘을 기울였다. 채 교수가 참여한 ‘전국 교수·변호사·노무사·연구자 1000인 선언 추진단’은 지난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즉각 공포를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입법을 무산시켰다.
전국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이라는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각성을 촉구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퇴행과 실정은 계속됐다. 홍범도 장군 등을 빨갱이로 몬 이념 전쟁과 해병대 사건 수사 외압, 방송 장악 등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에 “공공의 선을 추구하라”고 촉구했던 진시원 부산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올해 윤 대통령은 오로지 권력 유지를 위한 야당 대표 수사와 기소, 협치 거부 등으로 일관했고, 권력 유희를 위해 외국 출장으로 한해를 소비한 듯하다”며 “하지만 숱한 외국 출장은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로 끝나면서 비판과 실패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의 수구화를 경고했던 정대성 부산대 교수(역사교육학과)는 국제신문에 칼럼을 쓰며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문제’를 놓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는 부자의 자유”라고 규정했던 김호범 전 부산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8월 정년퇴임했다. 강단을 떠난 뒤에도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이라는 이름으로 긴축재정을 계획하고 있어요. 법인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증여세·상속세 등 부자 감세 정책도 줄줄이 나오고 있고요. 이는 복지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고 피해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의 몫입니다. 이런 복지 축소는 저출생으로 이어져 한국의 경제 잠재력을 깎아먹게 되는데 참 걱정입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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