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담 작가 "글쓰기는 등단 목표 아닌 존재 방식"[신재우의 작가만세]

신재우 기자 2023. 12.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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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따로 자란다' 출간
위픽 시리즈 역대 조회수 1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담 작가가 29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를 출간했다. 2023.12.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안담(31) 작가는 이제 막 흩어져있던 자신의 재능을 꿰어내기 시작했다. 미학과를 나와 논술학원 강사를 시작으로 글방지기, 연극인, 에세이스트를 거쳐 최근 자신의 첫 소설을 출간하기까지 그는 '텍스트'라는 바늘로 한 데 엮인 자신의 직업들을 최근에서야 바라보게 됐다.

"저는 한동안 '내가 뭐하는 사람이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텍스트를 다루는 일이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글방을 다니면서 "배운 재주가 글쓰기"인 안담은 대학 시절 글쓰기를 멀리하고 연극 무대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4~5년의 시간 끝에 돌아온 곳엔 마감을 앞둔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지난 2020년 완성한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3년 만에 출간돼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의 역대 조회수 1위와 더불어 출간과 함께 2쇄를 돌파했다.

"글쓰기와 거리를 두었던 시기를 거쳐 다시 쓰게 됐을 때 인정하기 너무 싫지만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 느꼈죠. 내가 이걸 그냥 하고 싶구나, 이런 형태로 사람들에게 나의 어떤 진실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직업이나 노동이 아니게 되더라도 결국은 쓰겠구나."

최근 안담 작가를 그의 자택에서 만나 소설가로 확정된 그의 글쓰기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담 작가가 29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를 출간했다. 오른쪽은 반려견 무늬. 2023.12.30. pak7130@newsis.com

등단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바깥에 전하기 위한" 글쓰기

안담은 흔히 '제도권 문학'이라고 부르는 정석적인 길에서 벗어난 작가다.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를 목표로 하는 글쓰기를 하지도 않았다. 올해 소설에 앞서 출간한 첫 책이자 대화집인 '엄살원'부터 그간 써온 글도 자신이 하고 싶고 쓰고 싶은 이야기에 가깝다. '소녀는 따로 자란다' 또한 "누군가의 청탁을 받아서 쓴 것이 아닌 언젠가 한 번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가 이처럼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그가 처음 접한 글쓰기가 "자신의 생각을 바깥에 전하기 위해서, 모두가 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글방에서 글을 배우면서도 그는 소설가가 되거나 시인이 되고 싶기 떄문에 하는 것이 아닌 그저 "하나의 존재 방식"으로서 글을 써왔다.

이는 글방지기로서 운영하는 '무늬글방'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매주 한편의 글을 참가자가 가지고 와서 서로 합평하는 이 공간에는 책을 출간하거나 등단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10여명의 동료 작가들과 자신의 글을 나누고 싶은 작가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글방을 열게 된 것도 웬만하면 내가 쓰고 읽고 싶은 글을 가지고 돈을 벌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담 작가가 29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를 출간했다. 2023.12.30. pak7130@newsis.com

'소녀는 따로 자란다'로 시작된 과도기, "텍스트는 여전히 소중하고 어렵다"

"자신의 사회적 매력에 대한 회의, 의리와 윤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연인과의 계급 격차, 그 격차로 인한 교내 질서 붕괴의 책임 등을 논하기 위해. 아이들은 그걸 꼭 '고민 상담'이라고 부른다." ('소녀는 따로 자란다' 중에서)

안담은 담아뒀던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소설 청탁이 시작된 지금 "과도기적 시기"를 맞았다. 그간 글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글쓰기와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던 형태에서 청탁과 출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로 전환을 맞이한 그는 헛헛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청탁이 들어와) 쓰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고 다른 일을 줄여가다 보니 어떤 작가가 될지 장기적으로 고민하기 이전에 어떻게 먹고살지를 찾아야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그가 새롭게 꽃피운 재능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시기에 존재할 수 있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과 유년 시절의 추억에 관해 쓴 소설에 박솔뫼, 임솔아, 현호정 등 수많은 동료 작가가 추천사를 통해 격려했다.

"저와 같이 글방을 다녔던 친구들부터 동료 작가들까지, 저는 항상 만드는 사람들의 지지가 큰 힘이 돼요. 저 또한 그들의 편이고요."

다시 한번 '텍스트'를 중심으로 전환기를 통과하는 그는 부담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놨다.

"계속해서 텍스트를 다뤘지만 부담감은 커지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수많은 글이 각자에게 얼마나 소중할지 생각하게 되고 재능있는 이들의 글도 계속 발견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럼에도 계속 쓸 것 같아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쓰고 있으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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