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쟁에도, 중국서 잘나가는 맥도널드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2.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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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중국 규제 첨단기술에 집중… 양국, 패스트푸드 사업은 예외
최근 중국 상하이의 맥도널드 특별 전시장 앞에서 입장 대기 행렬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웨이보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널드의 중국 법인은 지난달 25일부터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대도시의 대형 전시관에서 무료 전시를 열고 있다. 맥도널드의 중국 소비자들을 위한 전시관은 대형 맥도널드 캐릭터 조형물과 역대 해피밀 세트 장난감 등 중국 맥도널드 매장의 초기 ‘유물’들로 꾸며졌다. 전시관 곳곳에는 “어린 시절, 맥도널드에서 생일 파티를 여는 것이 당신의 꿈이었지요?” 등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중국어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이달 초 베이징 맥도널드 전시회를 다녀온 추모(38)씨는 “중국 진출 33주년을 맞은 맥도널드가 중국 홍보에 이례적으로 신경 쓰는 듯하다”고 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과 안보·수출 문제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서 맥도널드·KFC·스타벅스 등 미국 패스트푸드·카페 체인점은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대중(對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14억 중국 인구를 겨냥한 미국 식음료 기업들의 위안화 벌이는 예외다. 자국 안보나 관련 산업 보호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난 등으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미국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대륙 확장을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판이다.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의 식음료 브랜드들은 세계 경제 2위국이자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 공략을 위해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1990년 ‘마이당라오’라는 중국명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 중국 전역에 매장 6420개를 갖고 있는 맥도널드는 향후 4년간 매장 3500여 개를 더 열어 매장 수를 1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중국 매장 수는 지난 15일 1만개를 돌파했다. KFC의 중국명은 켄터키를 음역한 ‘컨더지’다. 대도시 위주로 ‘컨더지’ 매장을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22%씩 늘린 KFC 중국 법인은 앞으로 3년간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매장 3000여 개를 추가 개점하기로 했다. 중국 전역에 촘촘한 ‘KFC 망(網)’을 구축, 중국 인구 절반인 7억명을 끌어들이겠다는 포부다. 중국 시장을 떠났던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파파이스(중국명 보파이스)도 올해 상하이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복귀를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파파이스는 중국에 매장 1700개를 열 예정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싱바커)도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동부 장쑤성 쿤산시에 커피 로스팅 공장과 물류 센터, 커피 체험 센터를 주축으로 한 8만㎡(약 2만4000평) 규모 ‘커피 혁신 산업 단지’를 오픈했다. 3년간 투자 금액은 2억2000만달러(약 2800억원)로, 스타벅스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투입한 최대액이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 공급망 촉진 박람회’에서 참가 부스 벽면에 ‘중국에서, 중국을 위합니다(In China, For Chin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적었다.

중국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은 30위안(약 5500원·중간 사이즈 기준). ‘루이싱’ 등 중국 내 토종 브랜드 가격의 2배 수준이지만, 중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은 곳곳에서 문전성시를 이룬다. 찻잎 한 봉지, 찻잔 하나도 신경 써서 구매하는 대도시 중산층이 ‘물 건너 온’ 프리미엄 브랜드 커피에 후한 값을 쳐준 덕분이다.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최초로 스타벅스 1000호 매장을 돌파한 곳도 미국 워싱턴DC나 뉴욕이 아닌 중국 상하이다. 스타벅스는 6480개인 중국 매장 수를 2년 안에 9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스타벅스는 매장에 ‘중국적 요소’를 채우려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각종 정치·외교적 이벤트 때문에 수시로 ‘애국 소비’가 유행하는 중국에서 미국 브랜드들이 ‘불매 홍역’을 치를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이다. 베이징 번화가 궈마오의 스타벅스 매장 벽 장식은 중국 전통 월병(문케이크) 틀로 꾸며져 있다. 스타벅스의 의뢰를 받은 중국 예술가들이 직접 민가에서 수집해 붙였다고 한다. 그 옆엔 중국어로 스타벅스의 상징인 사이렌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인어공주는 원하는 것을 이뤄주겠다는 아름다운 약속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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