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 일일호프서 “합석할래요?”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후 8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술집. 문 앞엔 ‘대학생 합석 무조건 가능’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술집 앞 거리에는 산타 모자를 쓴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기념 합석하러 오세요” “대학생 미팅 파티 합니다”라며 호객 행위를 했다. 술집 입구에는 20여 명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이 술집에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음대생이 함께 여는 일일 호프가 열렸다.
연말연시를 맞아 신촌·홍대 등 대학가에 ‘일일호프’가 부활했다. 일일호프는 학과나 동아리가 호프집을 하루 빌린 뒤 대학생들이 직접 술과 음식을 서빙하고 수익을 내는 행사다. 종업원 학생들은 테이블 간 합석을 돕기도 한다. 과거에도 대학생들은 일일호프를 열었는데, 코로나 기간에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활발해졌다. 일일호프 주최 성격에 따라 댄스, 힙합 공연,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일호프는 이른바 ‘코로나 학번’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장이 됐다. 홍익대생 박지연(22)씨는 최근 학과 동아리에서 개최한 일일호프에 다녀왔다고 한다. 박씨는 “학과 동기와 선후배들은 물론 다른 대학 학생들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연말이라 그런지 영하의 날씨에도 사람이 많아 30분 기다려 들어갔고 술집 안에 200명 정도 있었다”고 했다. 이화여대생 이모(22)씨도 “대학 다니면서 사람 만날 일이 별로 없어서 인맥을 만들고 싶어 일일호프를 일주일에 한 번은 간다”며 “소개팅보다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일일호프가 더 재밌고 편하다”고 했다.
일일호프를 개최하는 단체가 많아지면서 장소 대관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27일 신촌에서 일일호프를 개최한 대학생 연합동아리 ‘드림스타트’ 회장 한승우(25)씨는 “연말에는 일일호프 전용 술집들의 예약이 꽉 차있어서 10월에 미리 예약했다”며 “일일호프로 번 돈으로 동아리 활동비도 마련하고, 코로나 동안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한 학생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열었다”고 했다. 일일호프가 많아지면서 최근 서울권 일일호프 행사 일정을 알려주는 ‘일일호프 캘린더’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등장했다.
요즘 일일호프는 나이 제한을 두고 대학생들끼리만 행사를 연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 26일 연세대 체대가 개최한 일일호프는 “04년생부터 98년생까지만 입장이 가능해 입구에서 철저히 민증 검사를 한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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