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도 유찰, 살 사람이 없는 4.7조 넥슨 지분
NXC 지분 공개 매각 잇단 실패
정부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에게 상속세로 받은 넥슨 지주회사 NXC의 지분 29.3%(85만2000주)를 팔려고 내놨지만 두 차례 연속 유찰됐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인 데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분이라는 점 등이 마이너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25~26일 진행한 NXC 지분에 대한 2차 공개 매각은 입찰 참여자가 단 한 명도 없어 유찰됐다. 지난 18~19일 진행된 1차 공개 매각에 이어 2연속 유찰이다. 두 차례 모두 최저 입찰가는 4조7149억원이었다. 2차 매각이 유찰돼 앞으로 지분 매각은 공개 경쟁 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하는 것)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최저 입찰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 내야 수의계약 대상이 된다.
김 창업자 유족(지분율 68.98%)에 이어 넥슨 2대 주주가 된 정부도 애를 먹고 있다. 물납으로 받은 주식은 보유 목적이 아닌 만큼 빨리 매각해 재정 수입으로 잡아야 하는데, 현재의 높은 가격을 고수할 경우 팔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유찰이 계속돼 지분을 쪼개 팔면 주식 가치도 떨어진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분을 한꺼번에 파는 ‘통매각’ 방식을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분할 매각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가 자리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를 물게 된 유족들이 이를 현금으로 내지 못하자 세금을 내는 측이나 받는 정부가 모두 곤란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율을 유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김우철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경영 불안을 키우는 것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상속세로 주식을 물납받은 정부 입장에서도 팔리지 않는 거대한 짐 덩어리를 떠안은 셈”이라고 했다.
◇정부·기업 모두 난감...”경제 선순환 위해 상속 패러다임 바꿔야”
지난해 2월 김 창업자의 사망으로 유족들은 상속받은 재산 10조원 가운데 6조원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다. 30억원 초과분에 적용되는 세율 50%에, 최대 주주 할증으로 10%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족 측은 비상장 주식인 NXC 지분을 물납했다. 현행법상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 주식을 물납하는 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막대한 비상장 주식을 물납받으면 정부도 난감해진다. 물납된 주식을 매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주식 물납제가 시작된 지난 199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물납 주식은 총 8조2888억원 규모다. 이 중 매각된 주식은 1조5863억원(19.1%)에 불과하다. 남은 주식 물납 상속세 규모만 6조7025억원인데, 그마저 현재 평가액은 5조5610억원으로 떨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분 통매각이 원칙이지만, 분할 매각 신청이 들어오면 내부에서 유불리를 판단할 것”이라며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신속히 매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주식을 물납한 기업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넥슨은 김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와 두 딸의 지분율이 거의 70%에 육박한다. 정부에 물납한 NXC 지분이 통으로 매각돼도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보유하느냐에 따라 경영 개입과 간섭 등을 감수해야 한다. 상법은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소수 주주권을 보장한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회계 장부 열람 청구권, 이사의 해임 청구권, 주주 제안권 등 권리를 갖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치 않게 경영권을 침해받는 것이다. 앞서 락앤락, 한샘 등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우려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국내외 사모 펀드에 회사를 넘기기도 했다.
실제 지난 1~2차 입찰에서 중국 IT 기업 텐센트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가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업계에서 제기됐다. 정부가 막대한 상속세를 물린 결과로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논란도 일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국민의 ‘배 아픈’ 심리에 기대 징벌적 상속세를 물릴 것이 아니라, 기업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경제에 선순환을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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