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高·K팝高… 내년 50곳 문연다

김연주 기자 2023. 12. 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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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교를 자율형 공립고로
특화교육 분야 전문가도 교단에

정부가 내년에 혁신적인 ‘자율형 공립고’ 50곳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가 원하면 1·2·3학년 구분이 없는 무(無)학년제, 조기 입학과 조기 졸업제를 운영할 수 있다. 기존 교육과정에 없는 커리큘럼을 짜도 된다. ‘K팝고’를 만들면 기획사 임원이 교장이 되고, 작가·PD가 강의할 수 있다. 각 지역이 바라는 일반고를 자유롭게 세우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줄 방침이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2.0 추진 방안’을 마련해 전국 시도 교육청 17곳에 안내했다. 2009년 도입한 자공고는 일반고보다 교육 과정과 교사 인사 등에 자율성을 더 보장한 학교다. 전국에 31개 있다. 그런데 기존 일반고와 차별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현 정부는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좋은 학교’가 핵심이라고 보고 ‘자공고 2.0′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교육부는 자공고로 지정되면 매년 특별교부금 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교육청도 최소 1억원을 같이 투자한다. 현재 일반고 1년 예산은 3억~5억원 수준이다.

교육부는 4가지의 ‘자공고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먼저 ‘기업 협약형’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해당 전문성을 고교 교육에 접목하는 것이다. IT 기업이 학교에 첨단 기자재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교사 연수도 제공할 수 있다. 학생들은 첨단 기술의 실시간 변화를 배우는 기회를 얻는다. 지방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도 지자체 등과 협약을 맺고 특색 있는 학교를 세울 수 있다. ‘한국전력고’ ‘관광공사고’ 등이 생기는 것이다. 지방에 좋은 학교가 생기면 수도권에서 가족과 이주하는 직원도 늘어 지방 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교육혁신가 연계형’은 민간 전문가를 교장이나 컨설턴트, 강사 등으로 초빙하는 것이다. 유명 K팝 프로듀서(PD)나 엔터테인먼트 회사 임원이 교장으로 취임해 ‘실전 K팝’을 가르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법령도 바꿀 방침이다. 현재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교장은 교사 자격증이 있거나 교육공무원 경력 15년 이상이 있어야 한다. 작가와 PD, 전문 기술자 등도 고교 교단에 설 수 있다.

‘대학 협약형’은 지역 대학이 고교 교육에 나서는 경우다. 대학의 인프라를 고교 교육에 활용한다. 대학이 고교 교육 과정을 같이 개발하고, 대학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고교 강사로 나설 수도 있다. 사범대생과 교직 이수생은 고교생의 진로 상담을 맡는다. 고교생들은 학원 대신 대학 캠퍼스에서 방과후 공부를 하거나 대학 수업을 미리 듣고 그 대학 학점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 ‘서울대 협약 일반고’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지역 협약형’은 지자체가 지역 자원을 활용해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모델이다. 첨단 의료단지가 있는 지역의 경우 고교에서 의료·생명과학에 특화한 교육을 하는 식이다. 산업 단지 연구원이 직접 강의도 하고 현장 실습에도 도움을 준다. 부산시와 부산 교육청이 ‘자공고’를 준비 중인데 부산 사상구청이 땅 4만6000㎡를 내놓고 교육청이 건설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자공고가 필요하다면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자공고는 교과 내용도 학교가 직접 만들고 구성할 수 있다. 현행 교육법에 따르면 학교들은 정부가 승인한 교육 과정과 교과서를 써야 하지만 자공고는 그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반도체 기업과 협약한 자공고의 경우 ‘반도체 과정’ 등을 새로 만들어 기술자를 강사로 초빙할 수 있다. 학교 특성에 따라 1·2·3학년 구분 없이 운영하는 ‘무학년제’나 조기 입학·졸업 등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내년 2월 각 학교와 교육청 신청을 받아 자공고 50곳을 시범 운영한다. 구도심이나 농어촌 등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이 우선 지정된다.

정부는 자공고와 별도로 교육 규제를 풀어주는 ‘교육발전특구’도 추진한다. 교육특구는 서울은 신청하지 못한다. 현재 서울을 제외한 16곳 시도(경기·인천은 접경 지역만) 전부가 교육특구 지정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특구와 자공고를 동시에 신청해도 된다. 특구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신청해야 하는데,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교육 발전 특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시도 16곳 가운데 8곳이 진보 성향 교육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의 인구 소멸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을 살리기 위한 교육 발전 특구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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