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쏴’가 곧 대세? 남성 46% “앉아서 소변 봅니다”
한국 남성 1000명 설문
”자존심? 위생이 더 중요”
앉아 쏴! 군 복무 시절 사격훈련 때나 듣던 구호가 요즘엔 가정집에서 올려 퍼진다. 소변 볼 때 제발 ‘앉아서 해결하라’는 아내의 명령(?)에 어떤 남편은 “그래도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라며 ‘서서 쏴’로 버틴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최근에는 “앉아서 쏘는 게 훨씬 청결하고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남성이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앉아 쏴’가 확산하는 추세. 유럽에선 이미 2010년대부터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앉아서 소변을 보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최근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유럽과 미국, 남미 등 14국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일은 무려 62%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답해 1위에 올랐다. 한때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을 뜻하는 ‘지츠핑클러(Sitzpinkler)’라는 말이 나약한 남성을 의미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독일에선 ‘앉아 쏴’가 일상이 된 것. 2위 스웨덴은 50%, 3위 덴마크도 44%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3년 전 1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답변이 70%로 나왔다.
◇한국 남성 46% ‘앉아 쏴’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60대 남성 100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가 “집에서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답했다.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답한 464명 중 74%는 “최근 몇 년 새 앉아서 소변을 보는 쪽으로 습관을 바꿨다”고 했다. 이런 증가 추세라면 조만간 ‘집 화장실=앉아 쏴’가 상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령이 높을수록 그런 남성이 많았다. 20대 응답자 중 앉아서 소변을 보는 비율은 37%인 반면, 30대 44%, 40대 43%, 50대 53%, 60대 54%를 기록했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가 늘다 보니 서서 소변을 보면 주변에 튀거나 흐르게 된다”며 “앉아서 소변을 보면 선 자세보다 배에 힘을 주어 복압을 높여 소변을 배출하기 더 편해지기 때문에 선호하는 듯 하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아내 잔소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는 고백이 다수다. 사실일까. 앉아서 소변을 보는 이유(복수 응답)를 묻자 ‘위생상 더 청결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6%로 가장 많았다. ‘아내 또는 가족의 요구 때문’이라는 답변은 29%로 3분의 1을 넘지 않았다. ‘앉아서 보는 게 더 편하다’는 32%였다.
회사 등 공중화장실에선 어떨까. 이 경우 ‘앉아 쏴’보다 ‘서서 쏴’가 현저하게 늘었다. 공중화장실에서도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29%에 그쳤다. ‘집에서는 앉아서 보지만 공중화장실에서는 서서 본다’는 응답도 전체의 33%, 집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의 71%를 차지했다.
장소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는 이유(복수 응답)는 ‘공중화장실에선 필요성을 못 느낀다’가 54%로 가장 높았고, ‘변기가 위생적이지 않기 때문’(45%), ‘가족이 요구하지 않기 때문’(10%) 순이었다.
집과 공중화장실 모두 앉아서 소변을 보는 13% 응답자 중 44%(복수 응답)는 “앉아서 일을 보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소변기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도 41%를 차지했다.
◇'앉아 쏴’는 건강에 나쁘다?
하지만 여전히 ‘서서 쏴’를 고집하는 남성도 적지 않다. 앉아서 보는 이들을 향해 ‘남자답지 못하다’고 비난하거나 ‘앉아서 보는 건 전립선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 ‘유고브’ 조사에서도 영국(33%), 싱가포르(32%), 미국(31%)을 비롯해 멕시코(21%) 등에서는 여전히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이 적은 상황.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보는 건 정말 건강에 좋지 않은 걸까. 비뇨기과 전문가들은 “소변 자세에 따른 의학적 효과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단 남성의 요도 길이와 형태를 보면 서서 보는 게 더 편하다는 분석이다. 여성은 요도 길이가 보통 4㎝내외로 짧고 직선인 반면, 남성은 요도 길이가 보통 25㎝로 길고 S자 형태다. 선 자세로 음경을 들어야 요도가 펴지면서 소변이 잘 나온다는 것. 대구코넬비뇨기과의원 이영진 원장은 “소변이 잘 배출되고 잔뇨가 남지 않으려면 선 자세로 음경을 들어서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게 소변을 더 쉽게 보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앉아서 보면 골반과 척추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고 복부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하게 돼 방광을 비워내기 더 쉽다는 것. 국내 전문가들도 “전립선 비대증으로 방광 수축 능력이 떨어진 남성은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게 복압을 올려 배뇨에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영진 원장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전립선이나 요도에 악영향을 줄 정도의 압박은 되진 않는다”며 “다만 재래식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듯 쪼그려앉는 자세에 가까울수록 복압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커진다”고 했다.
위생만 보면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게 압도적으로 좋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에서는 남성이 하루 동안 서서 소변을 볼 경우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방울이 2300개에 이른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바닥에서 40㎝, 벽으로는 30㎝ 높이까지 튄다는 보고도 있다.
위생을 신경 쓴다면 소변을 볼 때의 정확성과 뒤처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서 소변을 볼 경우엔 가능한 한 변기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소변 방울이 튀는 걸 줄일 수 있고, 일을 다 본 뒤에는 2~3초 정도 기다린 뒤 요도 끝에 남은 소변을 잘 털어야 잔뇨가 변기 주변에 흐르거나 옷에 묻는 걸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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