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35] 올해의 습관

백영옥 소설가 2023. 12.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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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딱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습관이라고 말하겠다. 서른 이후 나는 내 삶을 바꾼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게 올해의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러클 모닝과 간헐적 단식 습관을 가지게 됐고, 올해 스쾃 100개 하기가 추가됐다. 하지만 우리는 ‘해내는 습관’과 ‘포기하는 버릇’ 사이에서 망설인다.

2024년은 고심 끝에 ‘도파민 레벨 낮추기’라는 포괄적 주제를 정했는데 핵심은 ‘스마트폰 사용량 줄이기’다. 스마트폰 사용량을 살핀 후 중독 성향이 있다는 자각이 계기였다. 가령 주말에 드라마 한두 편을 보겠다는 결심은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면 침실에 동이 터 있는 악순환이 월요병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최근 주목받는 도파민 중독은 집중력 저하와 수면 박탈 등 폐해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부작용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역치를 낮춰 불안을 증폭시키는 점이다. 작고 소박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점점 강하고 더 자극적인 것으로 만족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다. 쇼츠 영상, 초단타 매매, 알코올, 탕후루 같은 자극적인 것이 해당한다. 흥미롭게도 뇌에서 쾌락과 고통 중추는 같은 곳에 있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도파민이 폭발하며 행복하지만 곧 소화불량으로 고통스러워지는 것처럼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채식이나 운동처럼 몸에 좋은 것은 피드백이 느리다. 가치 있는 것에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은 없다.

원하는 습관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원래 하던 습관 사이에 만들고 싶은 새 습관을 끼워넣는 건 효과적이다. 야채를 안 먹는 아이를 위해 햄과 치즈 사이에 시금치를 넣는 것처럼 말이다. 이사, 졸업, 이직처럼 삶의 매듭이 생기는 날 역시 습관 만들기의 성공률을 높인다. 마라톤 경주에 처음 출전한 사람 중 나이의 끝자리 숫자가 9인 사람이 유독 많다는 통계는 우연일까. 새해는 삶의 변곡점을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극에 달하는 최적 시간이다. 좋은 습관이 결국 좋은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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