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하저로 끝난 2023년 부동산 시장… 새해 관전 포인트는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2023. 12.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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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지속되는 불확실성 속
정부·정치권이 할 일
해 질 녘 서울역 일대의 전경. 새해에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에 비해 30%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Mathew Schwart·Unsplash

2023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트렌드는 ‘상고하저(上高下低)’였다.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 2022년 연말에 본 2023년 전망은 좋지 않았지만 2023년 들어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부의 규제 완화책과 국고채 금리 하락 이후 주택담보대출 이자 하락은 주택 수요에 불을 댕겼다. 결국 2023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기술적 반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리스크(투자에 따르는 위험)가 더해졌고, 이 불똥은 국고채 금리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정체·하락하기 시작하였다. 불확실성이라는 요인이 금융시장에 가해져 시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끈 것이다.

필자가 예측하는 2024년 부동산 시장은 2023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끼어 있는 형세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이 2024년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하할 것이라는 사인을 주면서, 더 이상의 금리 인상 압박과 이로 인한 이자율 상승이라는 불확실성은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전쟁 심화와 같은 돌발 변수가 없다면 글로벌 경제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움직이는 모양새다. 즉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시각을 국내로 돌려보면, 우리 경제가 과연 안정적인 상황인지는 물음표다. 지난 성탄절 연휴를 포함해 연말 특수를 느끼기 힘들다. 부동산 경매건 증가와 낙찰가율 하락 뉴스가 계속 들려오고 있다.

더 큰 리스크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출을 연장해주면서 겨우 막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다. 금융권에서는 2024년 여름이 되면 PF 부실 사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PF는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좋아지고 분양이 제대로 되어야 해결된다. 지금은 사업성이 도저히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새해의 가장 큰 이슈는 PF 부실 사태가 여름 이후 어떻게 처리되느냐다. 지난해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에서 겪었듯이 신용 이슈가 발생하면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이자도 같이 오른다. PF 부실이 터지는 경우 레고랜드 사태처럼 금융기관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시중에 자금을 유통하지 않아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신용 경색이 온다. 이는 국고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급등시킬 수 있다.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날씨일까?

비록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있지만 공간 시장을 보면 가격을 자극할 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전세 가격의 상승 추세와 2024년 이후 서울의 저조한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각별히 주시해야 할 포인트다.

아파트 전세 가격을 살펴보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빌라 포비아(빌라 공포증)’로 인해 빌라 전세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아파트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월세 폭등을 야기했고, 월세의 대체재인 전세 가격 상승을 불렀다. 평년에 비해 약 1만채가 부족했던 2022년과 2023년 서울의 저조한 입주 물량 역시 전세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문제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역대급으로 저조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다. 이렇게 부족한 입주 물량은 매매 가격보다 전세 가격에 먼저 영향을 준다. 전세 가격이 2024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전세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매매 가격을 밀어 올렸던 2010년대 중·후반 부동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종합하면 2024년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금리 인하 시점과 PF 사태 발생 여부)이 존재하는 가운데, 공간 시장에서는 전세 가격 상승과 저조한 입주 물량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해결되는 경우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한국은행이 2024년 여름 이후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가운데 PF 사태가 무리 없이 지나가면 내년에 남은 이슈는 공간 시장에서의 흐름이 된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인한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현재와 매우 다를 수 있다.

더불어 부동산 사이클이 과거보다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부동산 관련 정보 유통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고, 좋은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정책 당국자보다 기민하고 영민한 소비자들이 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시장에서 행동하는 것이다.

과거 20년을 보면 좌우를 떠나 정부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은 거듭 실패했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한계를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시장 가격을 잡거나 통제할 수 있다는 허상을 버리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주거 복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매매 가격 하락이 진행되는 경우, 갭투자 부활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맞춰 전세의 반(半)전세화, 대규모 민간 임대 아파트 운영 리츠(Reits) 정책 등 주거 안전판을 어떻게 확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전망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2025년 상황을 예측한 시장 참여자들이 2024년에 미리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설익은 부동산 정책들이 나오는 순간, 시장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지금과 사뭇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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