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생태계 등 자연에도 법적 권리를 부여한다면?

김예진 2023. 12. 3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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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남방큰돌고래가 국내 생태법인 제1호가 된다면 남방큰돌고래는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소송에 나서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인간이나 기업 등에만 주어지던 법인격이 자연에도 주어진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철학적 논의를 펼쳐 보이고, 석호나 국립공원처럼 구체적 대상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는 등 실정법 차원의 실천행위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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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법학 - 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 참여/지구법학회/김왕배 엮음/문학과지성사/2만5000원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멸종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는 목적이다. 남방큰돌고래가 국내 생태법인 제1호가 된다면 남방큰돌고래는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소송에 나서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때 이들의 권리는 어떤 법적 근거로 뒷받침되고 어떤 절차로 행사될 수 있을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낯선 질문들을 마주한 우리에게 이 책은 ‘지구법학’을 소개한다. 지구법학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생태계와 자연까지 법적 주체로 삼는 법사상 혹은 법체계의 학문이다. 인간이나 기업 등에만 주어지던 법인격이 자연에도 주어진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철학적 논의를 펼쳐 보이고, 석호나 국립공원처럼 구체적 대상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는 등 실정법 차원의 실천행위까지 포함한다. 이런 움직임에는 지구 곳곳에서 감지되는 기후위기 원인이 무분별한 인간 활동에 있다는 위기의식과 더불어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지구법학회/김왕배 엮음/문학과지성사/2만5000원
이 책은 지구법학을 헌법학과 법철학, 정치학, 사회학, 정치생태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에서 논한 10편의 글을 사회학자 김왕배 연세대 교수가 엮은 모음집이다. 지구법학의 사상적 내용을 개괄하고 지구법학적 관점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살펴본다. 나아가 비인간 생명이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체제인 바이오크라시(biocracy), 사유재산권 제도의 대안으로서 인간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돌보는 공동의 것인 코먼스(commons) 등 사회를 생태적으로 재구성하는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담아낸다.

지구법학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해법이자 현세대의 책임이다.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대변하는 인류세 시대의 종말론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법학과 바이오크라시는 항간에 떠도는 인류세 시대의 파국 서사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무기력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공포의 발견술’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윤리를 갖출 것을 제안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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