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대만, 3월 러시아, 11월 미국…지구촌 달구는 대선 레이스

2023. 12. 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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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글로벌 ‘수퍼 선거의 해’
지난 20일 대만 총통 후보들의 첫 TV 정견 발표회에서 커원저 민중당 후보와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구촌은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 하마스 등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비극 속에서 2024년을 맞게 됐다. 그렇게 맞이하는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연말까지 1년 내내 전 세계 곳곳에서 각국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가 예정된 나라만 40개국이 넘고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2024년이 ‘수퍼 선거의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내년 1월 13일엔 대만의 새 총통을 선출하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고 내년 3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어 내년 4~5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될 인도 총선이, 내년 6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고 내년 11월엔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지구촌 곳곳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선거 레이스가 숨가쁘게 전개되는 셈이다.

2024년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각국의 내부 정치는 물론 국제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글로벌 공급망 구도 등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친미 노선을 내세우는 집권 민진당과 대중 화해 노선을 추구하는 야당 국민당이 맞붙는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과의 갈등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이슈 속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민진당 후보가 승리해 또다시 집권하게 될 경우 대만 통일을 부르짖는 중국 입장에선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중국은 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각종 여론전과 선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에선 ‘국민당은 평화의 당, 민진당은 전쟁의 당’이란 글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건 약과다. 일각에선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베이징 당국이 대만을 봉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의 대학교수들도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대만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도 지난 7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 300여 명을 베이징으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쑹 주임은 휴가를 내서라도 대만으로 돌아가 총통 선거에 투표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골적인 압박과 회유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14억 인구의 인도 총선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모으는 선거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미·중·러 경쟁 구도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모디 총리의 연임 여부가 달린 선거라는 점에서다. 모디 총리는 국경 분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Quad)를 결성해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러시아와도 석유를 다량 수입하고 무기를 공동 개발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미·러와 등거리 외교 전략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모디 총리는 더 나아가 중남미·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도 맹주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를 위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들 국가에 대대적인 백신 공여에 나서는 한편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중국·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경제적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에 강대국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전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적할 야당 후보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지의 관심은 과연 몇%의 지지를 얻을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무난히 승리해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될 경우 휴전 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주목거리다. 반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내년 3월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은 오랜 전쟁과 계엄령 등의 여파로 연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어 2024년 지구촌 대선 릴레이의 대미는 미국 대선이 장식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판세로는 백악관을 수성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세하게나마 앞서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레이스는 시작하지도 않은 만큼 섣불리 승패를 예측하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 대선 결과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동맹 강화 전략과 가치 외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게 될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이 강화되면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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