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청년 취업박람회 열고 전세사기 피해까지 도와
진화하는 은행권 상생금융
서민금융 대출을 이용하고 있거나, 고금리 취약 차주로 분류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성실상환자’가 대상이다. 지원금 소식에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피싱 아니냐’는 문의부터 ‘KB국민은행 계좌로만 받을 수 있는 거냐’ 등 신청 대상·절차에 이르기까지 문답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상생지원금이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해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도 하남시 미사3동의 시립햇살어린이집은 지난 12일 ‘365일 꺼지지 않는 돌봄어린이집’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하나금융그룹이 보건복지부와 함께 추진하는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 운영 프로그램이다. 해당 지역 시민 누구나 주말 긴급 및 일시 보육이 필요할 경우 토요일·일요일·공휴일 9시부터 1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저출산 문제 극복 및 상생 금융 문화 확산을 위해 주말,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전국 어린이집 50곳을 선정해 5년간 3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권 ‘2조원+α’ 2차 상생금융안 발표
하지만 하반기에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을 향한 사회 환원 요구는 다시 거세졌다. 정치권에선 횡재세 도입을 위한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는 2차 상생금융 지원 방안으로 연결됐다. 은행권은 이달 ‘2조원+α’의 민생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 상생금융 활동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차 상생금융 방안은 소상공인의 이자를 1조6000억원을 환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기금은 4대 은행뿐 아니라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총 18개 은행이 약 2조원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한다. 이와 별도로 은행별 민생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1월 은행별 집행계획 수립을 완료해 2월부터 이자환급 지원을 개시해 지원의 체감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KB국민은행은 국토교통부 및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협약을 맺고,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및 예방에 나설 것을 발표했다. 전세사기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률비용 및 경·공매 대행 수수료 등을 지원하며, 피해자에 대한 금융 프로그램도 안내한다. 내년 초부터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 대구 등 총 6개 지역에서 전담 영업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SH임차형 공공주택’ 전용관도 오픈했다. 지금까지는 SH임차형 공공주택 입주 예정자가 거주를 원하는 주택을 직접 찾아야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이번 전용관 오픈을 통해 저렴한 공공주택 매물을 KB부동산 앱에서 손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다.
KB소호컨설팅센터는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6년 도입한 제도다. 경영 및 금융 관련 노하우를 무료 제공한다. 2020년 7월 개업 후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강북구의 한 음식점 대표는 “전문 셰프의 컨설팅을 받아 플레이팅을 개선해 고객 반응도 좋고 가게 리뷰도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며 “은행이 곁에서 함께 해준 덕분에 물고기 잡는 법을 알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시민 편의를 높이는 혁신금융 행보도 파격적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직장인 밀집 지역에 위치한 서울 영업점 5곳을 ‘점심시간 집중근무제’ 지점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에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신속하고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개인 창구 전 직원이 근무하는 형태다. 직장인 고객과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강남, 서초, 여의도, 중구, 송파 등에서 운영 중이다. 점심시간 대기줄이 없어졌다는 평가에 시민들의 반응은 “참신하다. 다른 은행들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등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영업 패러다임 전환 실험은 이뿐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직장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오후 4시까지인 영업점 운영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하는 특화영업점 ‘9to6 뱅크’를 전국 82개 영업점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된 고령층 고객을 위해 ‘KB 시니어 라운지’도 운영하고 있다. 대형 밴 차량을 통해 고령층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복지관을 방문해 은행업무 처리를 지원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서울시내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의 어르신 복지관을 시작으로 향후 수요에 따라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실천”
우리금융은 4대 핵심분야(발달장애인·소상공인·미래세대·다문화가족)를 선정하고 시그니처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우선 10년 동안 300억원을 투자해 총 1500개의 발달장애인 일자리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또 전국 300개 ‘우리동네 善(선)한가게’의 상품 및 서비스를 활용해 주변 취약·소외계층 지원한다. 매년 시각·청각 장애아동 200명의 개안 및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하는 ‘우리루키 프로젝트’, 다문화인구 100만 시대를 맞아 국민 인식개선, 사회적응 지원을 위한 ‘우리누리 프로젝트’도 전개한다.
신한은행은 대표 사회공헌사업인 ‘동행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다양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피해 고객이 급증함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해 3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또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 선임 및 법률 상담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 난임부부 진단 검사비 지원사업, 재생PC 기부를 통한 시니어 디지털 역량강화 사업도 추진한다.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조직 개편도 상생금융에 무게 추를 뒀다. KB금융은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금융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상생금융부’로 확대 개편했다. 하나금융은 그룹ESG 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고, 은행엔 ‘상생금융센터’를 만들었다. 하나금융 측은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청년 등을 대상으로 금융의 사회적 버팀목 역할을 확대하고 지원하기 위한 전담팀 확대 차원”이라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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