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사람들 열망 대리충족시켜줘 인기”
‘2023 월드와이드 웹 소설 공모전(WWW)’ 최다 부문 수상자인 정종균(31) 작가의 이야기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제가 문예창작과 다닐 때만 해도 웹소설을 저평가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런 시대정신 반영과 시장 확대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저는 순수문학도 병행할 생각이지만 이 상을 계기로 웹소설도 제 얼굴, 제 이름을 내놓고 쓰려고 합니다.” 정 작가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박물관 학예사들의 모험을 다룬 ‘쪽빛 물결의 학예사’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3개 작품으로 3개 상을 수상했다.
지난 달 중앙SUNDAY는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정 작가와 WWW 대상 수상자 김찬수(39) 작가를 함께 만났다. 김 작가는 ‘공부해야 산다’로 대상을 수상했다. 2025년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을 앞두고 벙커에 들어갈 소수의 생존자를 국어·수학 등의 시험을 쳐서 선발한다는, 제목 그대로 ‘공부해야 산다’는 기발한 착상의 웹소설이다. 김 작가는 말했다.
“공모전 모집 요강에 보면 ‘수퍼 IP(지적재산)를 찾는다’고 되어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한데 묶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 경쟁으로만 하면 단조로울 것 같아서 운동 영역과 연예 영역을 추가해서 운동과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의 요소를 넣었죠. 소설 내용을 보면 TV토론, 예능 프로그램, 뉴스 보도 등 다양한 것들이 다 들어간 구조입니다. 드라마화할 때 볼거리와 콘텐츠가 풍성하게끔 말이죠.”
많은 웹소설 작가들이 그렇듯 김 작가와 정 작가도 별도의 생업을 갖고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부인과 함께 교육용 출판사를 운영하며 참고서를 직접 쓰고 있으며, 문예창작과 출신인 정 작가는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전업 웹소설 작가가 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그러한 바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리라 답했다. 김 작가는 “아무래도 상업적인 소설이다 보니 글 쓰는 실력대로 성공한다기보다 플랫폼의 영업력 등 외적인 요인이 크다”며 “큰 기대를 하면서 쓰지 않고 내가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작가 역시 “글을 쓰는 원동력은 즐거움”이라며, “웹소설 전업은 매우 불안정하고 같은 작가라도 잘 버는 작품과 못 버는 작품의 양극화가 심하다. 전업이면 그 상황에서 퀼리티 유지를 하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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