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내가 대단한 분을 가르치고 있었네요.”
기타 선생님이 최근 도도서가에서 나온 책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을 읽은 후 한 말이다. 책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봤다며, 여러모로 고생 많았겠다고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 대단한 사람입니다. 아주 잠깐 우쭐해졌다. 그렇다고 그간 레슨 때 내 바보 같은 모습이 상쇄될 리 만무하지만.
북에디터가 책을 만드는 게 특별할 일도 아니건만, 이번 책은 도판에 QR코드까지 제 자리를 잡아주느라 유독 손이 많이 가긴 했다.
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도 불구하고 본디 책이란 글이 눈에 잘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당연히 디자이너가 고생을 많이 했다. 사진도 새로 다 찍어야 해서 지인의 손을 빌렸다. 최종 교정 때 힘을 보태준 후배도 있다.
올해 초 1인출판사를 창업하고 홀로 일하면서 고군분투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니었다. 늘 그렇듯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에 이런 말이 있다.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 10년 넘게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트라웃과 어쩌면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오타니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2023 시즌 기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선수 두 명을 데리고도 소속팀 LA 에인절스는 가을 야구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농구나 축구에 비해 야구는 선수 개개인보다 팀 의존도가 훨씬 더 높은 스포츠다. 이 점에서도 야구와 인생은 무척 닮았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다. 그 흔한 사랑도, 싸움도, 치킨집도 혼자서는 못한다. 오타니에게 얻은 의외의 교훈 중 하나다.”
그렇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종종 나는 저 혼자 잘났다고 뻗대지만,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기타만 해도 그렇다. 독학을 했다면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했겠다. 쉽사리 늘지 않는 실력에 진작 내팽개쳤을 게 분명하다. 칭찬엔 매우 야박하지만 그래도 기타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기타 선생님 덕분이다.
언젠가 펭수와 듀엣을 하고 싶다는 내 소망을 적은 칼럼에 댓글로 응원해준 펭클럽(펭수 팬의 애칭)도 있다. “꾸준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힘을 북돋아준 이도 있다. 감사하다.
곧 해가 바뀐다. 목표하는 환갑 버스킹도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힘을 내야겠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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