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묶어 MZ? 디지털과 스마트폰, 서로 다른 원주민
진 트웬지 지음
이정민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마우로 기옌 지음
이충호 옮김
리더스북
한국에선 젊은층을 뭉뚱그려서 MZ세대라고 부른다. M(밀레니얼)과 Z세대 사이에 공통점이 많아서 한데 묶어 부르는 것이겠지만 두 세대 간에는 엄연히 차이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진 트웬지의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는 미국 사회의 세대 구분과 특징을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과 미국 사회 사이에는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의 기준을 우리가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3900만 명의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세대를 나누고 특징 지은 트웬지의 30년에 걸친 연구 업적은 우리도 참고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트웬지는 미국인을 출생 연도로 구분해 6개 세대로 나눈다. 사일런트세대(1925~45년 출생), 베이비붐세대(46~64년 출생), X세대(65~79년 출생), 밀레니얼세대(80~94년 출생), Z세대(95~2012년 출생) 그리고 알파세대(2013년 이후 출생)이다. 2차 세계대전 승리로 찬사를 한 몸에 받은 GI세대(1901~24년 출생)도 있지만 극소수다.
한국에선 요즘 MZ세대가 대세다. 매스컴이나 SNS에서 MZ세대가 언급되는 빈도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디지털혁신을 경험해 공통분모가 많은 밀레니얼 M세대와 Z세대 사이에는 여러 차이가 있다. 특히 미국에선 더욱 그렇다.
Z세대는 ‘스마트폰 원주민’이다. 95년 이후 태어나 인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며 2007년 애플 아이폰의 혁신적인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성장한 세대다. Z세대는 스마트폰 시대에 청소년기 전체를 보낸 첫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인종과 성의 차이를 넘나들며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세대다
지은이에 따르면 미국에선 2020년대 들어 Z세대가 M세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40세가 넘어가는 M세대는 더는 젊지도 않다. 유행을 따라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몇 년은 뒤처지는 이들을 가리키는 ‘츄기(cheugy)’나 ‘늙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신조어들이 Z세대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Z세대 다음으로 등장한 알파세대는 코로나19 이전 시대를 잘 모르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혁명이 이미 완성된 이후에 태어나 성장하고 있는 세대다. 알파세대 성장 시기에 미국에서는 정치적 양극화(polarization)가 극심해졌고 북극(Polar)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어 이 세대를 일명 ‘폴라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알파세대엔 처음으로 미국 백인의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사회변화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은이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1945년을 기준으로 이전을 사일런트세대, 그 이후를 베이비붐세대로 나눴다. 고요하다는 사일런트(silent)세대는 용어와는 달리 그리 고요하지만은 않았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사일런트세대 전성기에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민권운동과 함께 양성평등, 성소수자 권리 보호 운동이 활발했고 사회적 격변이 일어났다. 바이든(1942년생)은 사일런트세대 첫 미국 대통령이다.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트럼프는 모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베이비붐세대 출신이다.
전후 베이비붐세대와 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 사이에는 낀 세대인 X세대가 있다. 알파벳 X가 알 수 없는 변수를 나타내듯 미국의 X세대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세대이긴 하다. 경계가 모호한 X세대를 정의할 때는 자체 특성보다 베이비붐세대와 밀레니얼세대와 다른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 트렌드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마우로 기옌이 지은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최대 열 세대가 공존하게 될 멀티제너레이션 사회를 예고한다. 지은이는 밀레니얼, Z, 알파와 같은 세대 구분이 앞으로는 쓸모없어질 것이며 자신이 속한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퍼레니얼(perennial·다년생 식물)’의 속성을 가진 개인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이와 세대 구분이 사라진 포스트제너레이션 사회가 한국에도 찾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아무튼 각 세대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당장엔 비즈니스와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느 시기에 태어났느냐는 중요한 요소다. 행동·태도·가치관·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나 선거운동을 할 때 세대에게 맞는 맞춤전략을 펼쳐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책들을 정독하면 사업구상이나 소통, 당선 등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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