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금혁 "탈북민 출신 정치인 되기보단 '90년대생' 대표할 것"
보훈부 정책보좌관 거쳐 與총선 영입인재로
"대북정책 수립하는 여야 협의체 만들어야"
[더팩트ㅣ종로=조채원 기자] 전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저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고요. 한국의 일반적인 정체성을 대표하고 싶습니다.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 정책보좌관은 지난 26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북한인권 운동가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과의 차별점을 '확장성'으로 꼽았다. "북한이탈주민 정체성도 있지만 20대 거의 전부를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엠지(MZ)세대 정체성을 제가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다.
91년생인 김 전 보좌관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총선 인재로 영입된, 이날로 정치인 5일차다. 대북 정책 전문가로서 중장기적 통일 비전을 제시하는 통일부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통일기획미래위원회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90년대생들은 대부분 통일에 관심 없지 않느냐. 기자가 묻자 김 전 보좌관은 "결국 대북 정책의 수십 년의 시간들이 실패했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예전에 정책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라고도 했다. "통일의 장밋빛 미래만 얘기하는 건 결국은 통일과 더 멀어지게 만드는 방법일 뿐"이란 것이다. '통일 대박'만 외칠 게 아니라 남북 통합이 유발할 사회경제적 후유증, 통일 비용 문제 등 현실적 문제를 제대로 꺼내놓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전 보좌관은 "통일을 하면 좋을 거란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통일로 가기 위한 지난한 과정, 우리가 감내해야 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정치인은 없다"며 "그런 얘긴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극복하고서라도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이유'를 내놓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을 목표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20~30년 안에 반드시 '통일한국'이 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 김 전 보좌관이 하고 싶은 일이다. 통일 정책 실현은 '남북관계발전법'과 같은 입법, 국회에서의 합의라는 정치적 과정에서 시작하기에 '여의도 입성'을 꿈꾼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한다면 이웃의, 비인권적이고 비상식적인 체제 하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현 정부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조를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북한을 어떤 상대로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북한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와 상식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인가, 신뢰 가능한 집단인가에 대해 다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닌 체제의 모순, 불합리성을 지적하지 않고 통일을 얘기할 수 있나.
북한과 10년, 20년 대화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스스로 협상 가능한, 상식적인 상대로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계속 손해를 보는 건 우리일 수밖에 없고, 그게 이전 정권들이 반복해온 실패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대화·교류 시도조차 않는다면 남북 간 긴장감은 계속 높아지는 게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시키는 것만큼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 역시 그런 맥락이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 문화 콘텐츠 등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 망하라' 고사 지내지 않아도 우리가 내는 메시지가 그들한테 큰 동요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심리전인데, 이런 심리전들을 훨씬 강화하면서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는 다 해봐야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북한 엘리트들은 누구이고, 기존 북한 김정은 체제와 이들 사이를 어떻게 벌려놓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했는데.
-통일은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숙제고, 북핵·북한인권 문제 대응은 당면한 문제다. 그런데 우리 대북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 방향 전환을 하다 보니 연속성이 없다. 그러다보니 통일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만한 동력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진보·보수 정권 상관 없이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다. 반면 북한의 대남 전략은 15~20년 동안 같은 사람이 담당하며 일관된 기조를 가진다.
정치를 하게 되면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다. 20~30년 안에 통일을 해야한다는 목표로 대북정책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국회에서도 남북관계·통일정책에 진정성을 보이는 여야 정치인들이 합심해 하나의 협의체를 만드는 방식을 제안한다.
-탈북민 지원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세분화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탈북민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이 대상으로 한 정책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룹 내에서도 상당히 다른 성향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탈북민 사이에선 90년대생들은 오히려 탈(脫)탈북민화를 꿈꾼다. 성북구민, 대학생 등 현재 속한 집단에서 정체성을 찾는다.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이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회에서 계속 너희는 탈북민'이란 카테고리에 묶어버리면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2018년 이후로 들어오는 탈북민들이 거의 과거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탈북민 사회도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50대 60대 분들은 사회 적응도 어렵고, 그럴수록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만 활동하려 하는 폐쇄성을 띤다. 이 분들이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정치 선배' 태영호·지성호 의원과 차별점은.
-두 분께 4년 동안 정말 고생하셨고 후배들이 갈 수 있는 길을 잘 닦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단 말을 먼저 하고 싶다. 그래도 '당돌한 90년대생'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정치적 확장성엔 한계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지 의원님은 북한 인권 전문가로로 원내에 입성했다. 그런데 북한 인권 문제가 원내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느냐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태 의원님은 '설화'가 안타깝다. 태 의원님 제주 4·3 발언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다양한 시각이 허용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지만 국회의원 역할은 국민 대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정치는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는 영역이다.
전 탈북민을 대표하지 않는다. MZ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고, 한국의 일반적인 정체성을 대표하고 싶다. 정치적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나중에 저 역시 당리당략에 따라 정무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는 잊지 않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 김금혁 전 보좌관은 누구? 1991년 평양 출생.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평양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김일성대 영어영문과를 다녔다. 베이징 유학 중 외부세계의 소식을 접하고 북한체제에 혐오감을 느껴 2012년 탈북했다. 유튜브 채널과 방송 활동 등을 하며 북한 실상을 전했다. 2021년 8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올해 6월부터 국민의힘에 영입되기 전까지 국가보훈부 장관정책보좌관(5급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생후 6개월 된 아들 아빠기도 하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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