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부탁해요…뜻밖의 큰 영향력
조이 챈스 지음
김익성 옮김
비즈니스북스
“영향력이란 의심하는 사람은 설득하고 저항하는 사람은 내 뜻에 따르도록 만드는 힘이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기 쉽다. 한데 이 책은 곧바로 “그렇지 않다”는 지적을 이어간다. “밀어붙이면 영향력이 커진다”나 “협상은 전투다”도 마찬가지. 하버드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고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영향력 관련 강의를 해온 저자는 이 모두를 “오해”로 꼽는다.
그에 따르면 대개의 사람들은 영향력의 전략과 전술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남을 조종하는 일이고 교활하고 강압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서다. 한데 저자는 “판매나 마케팅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수법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대체로 효과가 없다”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차를 팔 때나 쓸 법한 요령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넛지 등 행동경제학의 개념과 프레이밍 같은 기술적 개념도 여럿 등장하는데, 저자가 곁들이는 직·간접 경험이 그 효용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아니요’와 ‘부탁’. 사람들이 마음 편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오히려 ‘그래요’라고 말하기도 쉬워진다는 것. 반대로 ‘아니요’를 듣는 것에도 익숙해지라고 권한다. 이는 뭔가를 얻기 위해 구구절절 근거를 대는 대신 그저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아니요’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뭔가를 부탁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고 썼다.
협상을 적대적 전투로 여기는 것도 초보자의 두려움일뿐. 경험이 많을수록 협력을 중시한다는 점, 창의적 협상은 나와 상대는 물론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낙관적 영향력 덕분인지,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만큼은 협상의 초보도 조금의 자신감을, 그리고 선한 영향력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물론 세상은 선의로만 돌아가진 않는다. 사기를 비롯해 악의적인 영향력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을 할애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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