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심사 결과와 상관없는 심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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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춘문예 심사를 했다.
예심과 본심을 동일한 심사위원들이 진행한 터라, 본심 진출작 중 내가 예심에서 올린 작품도 두 편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당선작으로 점찍은 작품이 일치할 경우 사실 그 심사는 어떤 작품이 더 좋거나 덜 좋은지 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좋은 작품 보는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자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점찍은 작품이 엇갈리는데 그것들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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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심사는 시작하자마자 끝난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당선작으로 점찍은 작품이 일치할 경우 사실 그 심사는 어떤 작품이 더 좋거나 덜 좋은지 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좋은 작품 보는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자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어떤 심사는 영 끝나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점찍은 작품이 엇갈리는데 그것들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일 때이다. 딱 이번 심사가 그러했다.
최종적으로 A 작품과 B 작품이 접전을 벌였다. 심사위원들이 A와 B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맞섰다. 성격상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는데, A 진영의 주장을 들으면 A가 당선되어야 할 것 같고 B 진영의 주장을 들으면 B가 당선되는 게 맞겠다 싶을 만큼 양쪽 다 논리가 정연하고 관점이 확고했다. 대치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물론 다수결이라는 유서 깊은 의사결정법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고 할까. 심사위원들은 열과 성을 다해 반대 진영을 설득했다. 서로 말을 끊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때 누군가 물었다. 근데 우리가 왜 얼굴까지 붉히며 싸워야 하지?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 나는 문득 가슴이 뭉클했다.
냉정하게 말해 어느 작품이 당선된들 심사위원 개인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특정 작품을 당선시키려 애쓰는가. 혹자는 자존심 문제라고, 자신이 미는 작품이 낙선하면 자신의 문학적 안목이나 권위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날 심사위원들에게서 다른 더 큰 이유를 보았다. 응모자가 혼신을 바쳐 썼을 작품들을 어느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겠다는, 행여나 심사에 실수가 있어 억울하게 낙선되는 작품이 있으면 안 되리라는, 낙선자도 독자도 누구나 인정할 작품을 뽑겠다는, 그래서 마치 자신의 안위라도 걸린 문제처럼 심사에 끝까지 철저히 완벽을 기하려는 마음 말이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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