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도 기업도 팍팍했던 한 해…새해엔 살림살이 좀 나아지길[아듀 2023 송년 기획-숫자로 본 2023 경제·산업]

경제부 기자 2023. 12. 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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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 경제는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좋은 소식보다 무겁고 힘든 뉴스가 더 많았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시민들도 기업들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 유력하고, 저성장 장기화, 저출생 등 구조적 문제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바닥을 보고 있다. 올해 경제·산업 부문의 주요 이슈를 숫자로 짚었다.
-59,100,000,000,000원
세수펑크 전망액

지난 9월 정부는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 전망을 341조4000억원으로 수정 제시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입 예산 전망 400조5000억원에 비해 59조1000억원 세금이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정부 추계대로 세수가 걷히면 국세수입 실적의 오차율은 14.8%로 역대 최고 수준이 된다. 앞서 역대 최대 결손 오차율은 1988년 13.9%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법인세가 25조4000억원 덜 걷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수입이 15조원 이상 급감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법인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지난해 발표한 세제개편으로 발생한 세수 감소도 6조원이 넘었다.

10,256명
전세사기 피해자

올 한 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은 총 1만256명으로, 특별법 시행 7개월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신청 가운데 81.8%가 가결되고, 8.7%(1092건)는 부결됐다.

피해자로 인정받은 뒤에는 경·공매에 넘어간 피해 주택을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저리의 경락자금대출, 긴급주거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막상 떼인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피해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14.7%
내년 R&D 분야 예산 감소율

새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4.7%(4조6000억원)나 줄어들면서 과학기술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1991년 이후 정부 R&D 예산이 줄어든 것은 처음인 데다, 14.7%라는 감소폭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종 확정된 내년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이다. 정부는 애초 내년 R&D 예산을 16.6%(5조2000억원)까지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과학기술계 반발을 감안한 조정이 이뤄지면서 감소폭이 그나마 다소 줄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돈과 인력이 부족해 계속 추진이 불가능한 연구과제들이 속출하면서 국가 발전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R&D 예산 축소로 생기는 문제를 파악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고, 필요하다면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 입국’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과학계를 ‘카르텔 집단’으로 몰아붙인 점에 대해 연구자들은 여전히 격앙된 표정이다.

8개월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

금융위원회는 11월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약 8개월 동안 국내 증시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무차입 공매도로 시장이 신뢰를 잃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동안 금융위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공매도 전면 금지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고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14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35,290,000원
서울 평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

올해 서울 3.3㎡(평)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3529만원으로 3500만원을 돌파했다.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의 영향으로 분양가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물가 추세를 볼 때 분양가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대출 여건이 줄어들면서 시장의 주택 구매 의지는 낮아지고 있다.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 1월 이후 가장 적은 1779건을 기록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 청약시장과 일반 주택시장의 냉기는 당분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0.72명
합계출산율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중위 추계 기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내년과 내후년에는 21만명대로 하락한다. 이 기간 출산율은 0.7명대가 무너져 2025년 0.65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출산율이 내후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부의 출산율 저점 전망치는 새 추계가 나올 때마다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9년 추계 당시 출산율 저점 전망치는 0.86명이었지만 2021년 추계에서는 0.70명으로 내려앉았고 올해 추계에서 0.65명으로 저점 전망을 갈아치웠다.

28㎓
5G 28㎓ 대역 주파수 새 주인 찾기 난항

정부가 이동통신 3사가 반납한 5세대 이동통신(5G) 중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이통 3사 중심인 과점시장에 균열을 내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두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 중심으로 후보가 몰리면서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에 스테이지파이브(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미래모바일(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이 응모했다. 관건은 사업성이다. 28㎓ 대역은 속도는 빠르지만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져 장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인프라 비용 부담이 크다. 아직 해당 대역의 주파수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2,000,000,000,000원
은행권 소상공인 민생금융 지원액

은행권이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대출금 2억원 한도 내에서 연 4%를 초과하는 이자 1년치의 90%를 되돌려주기로 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부터 은행권에 요구했던 상생금융 방안이 ‘시즌2’까지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은행은 공공재적 시스템” “(은행 성과급은) 돈잔치”라며 은행의 ‘이자 장사’를 저격한 이후 주요 시중은행은 은행별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 10월 말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다”며 또다시 은행을 비난하자 은행권은 두 번째 상생금융인 2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내놨다.

1.4%
경제성장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초 전망은 2.5%였지만 수정을 거듭할수록 성장률이 낮아졌다. 중국 경기가 예상 밖으로 부진하고 반도체 업황도 회복이 늦어지면서 수출이 부진했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내수도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경제성장률 1.4%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는 1년 내내 ‘상저하고’를 기대했고, 4분기부터는 경기 둔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수출이 반등하는 등 바닥을 찍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체감경기에 온기가 전달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7개
슈링크플레이션 발생 상품

고물가 시대를 맞아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말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진 ‘슈링크플레이션’이 문제가 됐다. 기업들이 가격은 그대로 두고 물건의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을 뜻하는데 많은 소비자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달 초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견과류부터 비엔나소시지, 체다치즈, 조미김, 맥주, 핫도그, 사탕, 우유까지 다양했다. 정부는 제조사가 생활밀접 품목의 용량 등 중요 사항이 바뀌었을 때 이를 포장지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 과태료를 물도록 고시 개정에 나섰다.

6,400,000,000,000원
하림의 HMM 인수 희망가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에 성공하면 하림은 단숨에 국내 재계 13위 그룹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그러나 하림이 HMM 인수 희망가로 써낸 6조4000억원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올 3분기 말 기준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1조4591억원에 불과해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하림이 추진하는 서울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계획이 서울시에서 통과돼 하림은 6조8000억원이 더 필요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림의 HMM 인수와 물류단지 개발사업에 13조2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다.

2.8%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를 올해 대비 2.8% 늘리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당초 내놓은 안이 변동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이미 긴축 예산으로 평가되는 올해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5.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년 연속 허리띠를 졸라맸다. 배경에는 내년도 국세수입이 올해 대비 33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101.4%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올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4%를 기록했다. ‘영끌’ ‘빚투’ 광풍이 불었던 2021년 3분기 105.7%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이 나라 경제 규모를 웃돌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빚 부담이 커져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지금처럼 고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실물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고금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2분기를 기점으로 가계부채가 재차 증가세를 보였다.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빚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14조3000억원 늘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집값 상승 기대를 꺾지 못한 것이 가계부채를 늘렸다고 보고 있다.

134,300,000,000,000원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

전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올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PF 대주단 협약, PF 정상화 펀드를 운용하고 각 업권도 자구안을 마련해 운용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4조원 늘었고 연체율도 1.23%포인트 오른 2.42%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연했던 PF 부실이 내년에 본격화하고 구조조정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해 경·공매가 진행 중인 PF 사업장은 9월 말 기준 120곳이다.

경제부·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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