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태영까지…잇단 보증사고에 HUG 부실화 우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시행과 시공을 모두 태영이 맡은 사업장은 가장 먼저 공사가 멈출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 같은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사고 지출도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이은 전세사기와 중견 건설사 위기로 보증사고 지출이 대폭 늘어난 HUG의 자본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태영건설에 따르면 150여개가 넘는 태영건설의 사업장 중 이날까지 공사가 중단되거나 차질이 발생한 경우는 없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절차에 따르지만 현재까지는 협력업체 대금 지불과 공사 진행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는 분양계약자가 있는 태영건설 사업장 22개 중 14개(1만9869가구)가 HUG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라고 밝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약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분양보증이란 주택 사업자가 부도나 파산 등으로 공사를 마치지 못할 때를 대비해 HUG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대신 환급하게 만든 일종의 보험을 말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보증사고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태영 측이 계열사를 통해 발주까지 진행한 사업장이 일반 시공 도급 계약만 체결한 사업장보다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 3분기 영업보고서를 보면 신경주역세권 공동주택 2BL 개발사업, 전주 에코시티 15BL 공동주택 신축공사, 생각공장 구로 신축공사, 부천 부대 현대화 및 도시재생사업 등 최소 4곳이 태영건설 계열사가 발주를 맡은 현장이다. 이 중 신경주역세권(공정률 87.17%)과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공정률 86.44%) 사업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됐다.
HUG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올해 분양보증 사고 금액은 8500억원(12건)을 돌파해 금융위기(2012년 14건·9564억원)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공사비 인상 등이 겹치면서 중소·중견 건설사가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HUG는 전세사기 사태로 보증사고를 낸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까지 늘며 올해 순손실이 3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추가로 보증사고가 발생할 경우 HUG의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HUG의 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늘렸지만 향후 보증사고 증가세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행과 시공을 사실상 같은 회사가 한 경우는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을 시행과 시공이 모두 같이 지는 구조라 책임 분산이 되지 않아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지난해 회생절차 개시에도 보증사고가 ‘0’건이었던 대우산업개발과 다르다. HUG 관계자는 “대우산업개발의 경우는 시행한 현장이 없었기 때문에 시공사를 단순 교체하는 식으로 공사가 이어졌다면 태영은 시행과 시공 도급이 섞여 있고 사업장 규모도 더 큰 편”이라며 “워크아웃 절차 개시 이후 사업장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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