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기다린 듯…법무부 ‘윤석열 징계 취소’ 상고 포기
법조계 “대통령 눈치 본 정치적 결정” 지적…시민단체 “직무유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받은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한 2심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29일 상고를 포기했다. 이 소송은 원고가 윤 대통령이고 피고가 법무부 장관이다.
정권 교체로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소송에 미흡하게 대응했다고 비판받은 법무부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기회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1·2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원·피고의 모든 주장과 증거를 심리한 후 징계처분을 취소한 이번 판결(2심)에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 등의 상고이유가 없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때인 2020년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이유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징계가 위법·부당하므로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대선후보 때인 2021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 절차에 위법이 없고 대부분의 징계사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징계사유를 면직 이상 징계도 가능한 ‘중대 비위’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윤 대통령 승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추 전 장관의 징계 절차 관여, 기피신청과 관련된 정족수 미달, 윤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 등을 들어 징계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징계사유의 정당성은 판단하지 않았다.
1·2심 판결이 엇갈린 상황에서 법무부가 더 다퉈볼 생각도 하지 않고 상고를 포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총장 징계는 이례적이고 중요한 사안인 데다 1·2심 판단이 달랐고 판례도 없기 때문에 법무부가 상고해 다퉈볼 필요가 있다”며 “(상고 포기는)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본 정치적 결정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지만 법무부가 이행하지 않을 것이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없게 된다”면서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윤 대통령 징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을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논란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원고인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전 장관이 정권 교체 후 피고가 되자 법무부가 승소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전 장관 취임 후 법무부는 1심에서 법무부 승소를 이끈 대리인들을 교체했다. 2심 재판에서 신임 법무부 대리인들이 재판부로부터 변론 내용과 방식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받을 만큼 무성의한 변론으로 일관하자 법무부가 ‘패소할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검찰총장의 재판부 판사 사찰 관여 등 중차대한 사건으로 촉발된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퉈야 할 쌍방이 한통속으로 ‘대통령 징계 취소’라는 정해진 결론을 목표로 내달렸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윤 대통령과 법무부는 앞으로 다시는 ‘공정과 상식’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는 단순히 대통령 눈치보기의 ‘셀프 패소’를 넘어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을 무력화하고 총장 징계절차를 형해화시킨 판결에 대해 상고마저 포기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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