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노래가 돌아보게 한 가족 사랑
가수 김목경은 20대 시절 부모 슬하를 떠나 영국에서 공부했다. 주말이면 맞은편에 사는 영국 노부부 집에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방문하는데, 아들네가 돌아갈 때면 부부가 밖에 서서 오래 배웅했다. 그걸 보고 만든 곡이 국민 애창곡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새우던 밤들/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모두 말라/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김목경은 “여러 해 뵙지 못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고 했다. 이 곡을 몇 해 전 임영웅이 ‘미스터트롯’에서 다시 불렀는데 올 상반기까지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1억뷰를 넘었다.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난 가수 김광석도 이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막내아들 대학 시험~’ 대목에서 부모 생각에 목이 메었다. 그 길로 김목경을 찾아가 “나도 부르고 싶다” 했다. 한 지인의 부인은 ‘칠갑산’에서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이 시작되는 대목만 들으면 울컥해진다고 했다. 저마다 마음속에 간직한 가족의 사연을 노래의 특정 가사가 비춰주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의 애창곡 리스트엔 부모와 자녀의 사랑을 노래한 명곡이 즐비하다. ‘불효자는 웁니다’(진방남), ‘기러기 아빠’(이미자) 같은 옛 노래부터 ‘어매’(나훈아) ‘사모곡’(태진아)을 거쳐 X세대 노래인 ‘아버지와 나’(신해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이한) 등으로 이어진다. 유튜브엔 이런 곡들을 모은 ‘부모님을 그리는 노래’ 등이 수십만~수백만 조회 수를 올릴 만큼 인기다.
▶그제 ‘미스트롯3′에 출연한 9세 소녀 이수연이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빠를 위해 ‘울아버지’를 불렀다. ‘울 아버지 울 아버지 보고 싶어요~’라고 노래한 뒤 감정이 북받쳤는지 “아빠가 돌아가셔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걸 본 아빠들이 ‘이수연 어린이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을 울리면서 모든 아버지의 딸이 되었다’는 응원 댓글을 달았다. 지난주 이미자의 ‘모정’을 불러 TV 앞에 모인 이들을 울린 빈예서양과 함께 이 연말, 가족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아이콘이 됐다.
▶며칠 전 불이 난 아파트에서 어린 딸을 안고 뛰어내려 자식을 살리고 하늘로 간 아빠 뉴스가 온 국민을 울렸다. 한 해의 끝에 빈예서·이수연 두 소녀가 부른 노래도 내 부모, 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노래가 고맙고, 불러준 가수가 고맙다. 새해에는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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