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뷰 아파트' 건설사, 문화재청 상대 최종 승소

공사중지명령 취소 소송서 건설사 승소
1·2심 "철거로 얻을 이익 없어" 판단
대법, 상고 기각해 항소심 판결 유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너머로 검단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의 경관을 훼손한다며 공사중단 명령을 받은 건설사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대광이엔씨 등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 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문화재청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문화재청은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건설한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 대방건설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2019년부터 건설사들이 장릉 반경 500m 이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20m 이상 높이로 지은 아파트 19개 동(총 44개 동)에 대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2021년 7월 공사중지를 명령하고 사실상 일부 철거를 권고했다. 그러자 건설사들은 법원에 공사중지 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해 경기 김포 장릉 인근에 있는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앞에 입주 축하 글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1·2심 모두 건설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김포 장릉 200m 바깥에 위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문화재보호 조례를 들어 "문화재로부터 200m 초과 500m 이내 지역에서도 10m 이상 건축물을 짓는 경우,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을 의무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공사 중단 내지 철거로 입을 원고(건설사들) 피해가 막대한 반면 철거로 얻을 이익은 사실상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도 문화재청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같은 취지로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승소한 대방건설과 제이에스글로벌의 경우,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 임금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사적 202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