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이 맡긴 돈으로 배상받겠다"
지급 이뤄지면 일본 기업에 직접 배상받는 첫 사례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된 일제 강제동원 ‘2차 소송’의 피해자가 일본 기업 측이 법원에 공탁한 돈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경우 일본 기업의 돈으로 피해자가 배상금을 받는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이모씨 등이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 등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28일 확정했다.
이씨 등은 판결 확정 다음날인 29일 히타치조센이 서울고법에 보증공탁을 한 6000만원에 대해 공탁금 출급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히타치조센은 1심 패소 후 2심에서 강제집행을 멈춰 달라며 그 담보로 법원에 6000만원을 공탁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멈춰 달라며 보증금조로 돈을 맡긴 것이다. 28일 대법원이 피해자들에 대한 승소 판결을 확정하자 이씨 측이 판결을 토대로 공탁금을 내놓으라는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씨를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헤아림 이민 변호사는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일부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 했다.
하지만 이 돈은 히타치 측이 강제집행을 멈춰 달라며 담보조로 맡긴 것이어서 피해자에 대한 변제 성격과는 다르다. 법원 관계자는 “손해배상 승소 확정판결을 토대로 강제집행정지 보증공탁금을 받아갈 수 있을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 공탁관이 청구를 받아 들이더라도 히타치조센 측이 회수청구권을 행사해 다시 거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제징용 관련 기업 중 일본제철 등은 판결 확정에도 피해 변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3월 피해자 유족에게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피해 금액을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피해자 15명 중 4명은 제3자 변제 해법이 아닌 해당 기업의 재산 매각을 통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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