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죄지었으니 특검 거부” 과거 발언 입길…SNS엔 “예외적 권한을 배우자 위해 남용” 쓴소리
성역 없는 수사 강조하더니
‘본인의 가족은 성역’ 꼬집어
대통령실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곧장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예외적 권한을 배우자를 위해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엑스(구 트위터) 등 SNS에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경북도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영상이 갈무리돼 확산했다.
2년 전인 2021년 12월29일, 윤 대통령은 여야의 ‘대장동 특검’과 ‘고발사주’ 쌍특검 공방을 두고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특검에 무슨 고발사주까지 끼워넣자고 해서 저는 하라고 했다. 왜냐? 걸릴 게 없으니까. 근데 이 사람들 왜 안 합니까.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죄를 지었으니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은 대통령실이 전날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입길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2년 전 영상 갈무리를 공유하며 “숨는 자가 범인이라더니”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죄를 지었다고 확인해주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날 엑스에는 ‘즉각 거부권’이 인기 트렌드 순위에 올랐다.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고모씨(32)는 29일 “애초에 윤 대통령 본인이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내걸고 당선이 되지 않았나”라며 “이번 결정은 정작 본인 가족을 성역으로 만드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검토하거나 숙고하는 시간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정권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정치’를 두고 SNS에선 “이쯤 되면 거부권 거절권도 나와야 한다” “거부권을 거부할 방법은 없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곡법, 간호법,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자영업자 장모씨(55)는 “앞선 거부권 남발에는 대통령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곤 느껴졌지만 정치적 판단이 있겠지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순전히 아내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 더 반감이 든다”고 했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성역이 되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성역이 아니고,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배우자는 더더욱 성역이 될 수 없다”며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예외적 권한인 재의요구권을 오직 한 명만을 위해 남용할 것인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법안을 다시 표결에 부치게 된다.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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