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포스코 후보추천위 “최정우 3연임 지원, 개인 자유”
일각선 “현행 선출 구조에 문제점” 지적도…정부 개입 ‘KT 전철’ 우려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 회장의 3연임 지원은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 회장 선출 절차가 불투명하다며 공개 비판에 나서자 이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앞서 CEO 선출 과정에 비슷한 내홍을 겪은 KT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희재 포스코 CEO후보추천위 위원장은 29일 오전 1시 기존 발표대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전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 회장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면서다. 박 위원장은 “현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6.71% 가진 최대주주 국민연금을 상대로 한 ‘마이웨이’ 선언에 가깝다. 후보추천위는 예정대로 내년 1월8일까지 회장 후보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내부 후보 지원과 주주, 국내외 서치펌(헤드헌팅 업체) 10곳의 추천을 받아 외부 후보를 포함한 20∼30명 정도의 롱리스트를 작성한다. 이후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 자문을 받아 쇼트리스트와 파이널리스트를 압축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후보추천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일반적인 공개 모집 방식에 비해 서치펌을 통해 보다 검증된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공개성, 공정성, 실효성을 함께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놓고 회사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유력 후보인 최 회장이 자신의 임기 중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심사를 받는 현행 선출 구조를 문제 삼는다. 지난 19일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현직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후보추천위를 통해 회장 후보군을 발굴하는 내용이 담긴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개선안에는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 회장이 자연스럽게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반면 정부가 민영화된 공기업 CEO 인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는 재계 서열 5위이지만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해외 순방은 물론 대통령실 행사에 단 한 차례도 초청받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여당 주변에서는 일찌감치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내부 출신이 아닌 기업인과 정치인들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가 현 정부 초반 KT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으로 꼽히는 KT 역시 지난해 말 CEO 후보를 비공모 방식으로 정했다가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닥쳐 구현모 전 사장이 연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연금의 개입 수위가 그때그때 다르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3년간 국민연금이 포스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줄곧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확보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데 그동안 국민연금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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