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가락’ 누명에 피해 눈덩이…의혹제기 유저는 해명자리도 외면
게임 외주사 뿌리 “계약 60% 취소” 피해 호소
게임 애니메이션 외주제작사 ‘스튜디오 뿌리’(이하 뿌리)가 ‘집게손가락’ 논란을 직접 해명하겠다며 29일 게임 유저 간담회를 개최했다. 게임 남초 커뮤니티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남성 혐오’ 논란과 관련, 작업 과정을 직접 공개하고 오해를 풀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개최된 간담회엔 온라인에서 남혐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던 게임 유저들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뿌리는 이날 진위 여부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혐 의혹 확산이 계속되면서, 다음해 상반기 예정됐던 작업 60% 정도가 취소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뿌리는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한국게임소비자협회와 최근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 속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의 손가락 모양을 두고 남혐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오해를 풀겠다며 게임 유저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남혐 의혹을 제기하며 뿌리 쪽에 해명을 요구해왔던 게임 유저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저희 쪽으로 (게임 유저) 4∼5명이 간담회에 참석하겠다고 신청해주셨는데 성함과 연락처를 달라고 했더니 답신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유저 간담회는 결국 뿌리와 유저 간 대화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기자간담회로 대체됐다. 김상진 뿌리 총감독은 이 자리에서 “집게손가락이 의도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면 이 사태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며 유저 간담회가 불발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메이플스토리의 홍보영상이 공개된 직후, 일부 남초 사이트 등에선 ‘남혐 페미니스트’가 게임 속 캐릭터 엔버의 동작에 남혐을 상징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을 고의적으로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뿌리 쪽에서는 문제가 된 집게손가락 모양을 맥락과 상관 없이 고의적으로 집어넣은 게 아닐 뿐더더러, 손동작은 다른 애니메이터가 작업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며, 문제의 손가락을 그린 것으로 지목된 여성 원화작가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는가 하면 뿌리 쪽의 일감이 끊기는 등 유무형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선영 뿌리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미 계획된 작업물의 약 60% 정도가 계약이 취소됐다”며 “이번 논란이 계약 해지 사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진 총감독은 “지난 9년 동안 저희가 해왔던 작업물까지 오해를 받게 된 일이 가장 큰 피해”라고 덧붙였다. 범유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 자리에서 “(남혐 페미로 지목된) 여성 애니메이터를 비방하고 괴롭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댓글 포함)만 현재 1300여건”이라며 “뿌리를 공격하는 사이버불링 게시글도 세 자릿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범 변호사는 이 중 사안이 심각한 게시글을 추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뿌리 쪽은 이날 간담회에서 홍보영상 속 논란이 된 엔버의 또다른 손 동작 움직임을 직접 보여주며 ‘사랑의 총’을 쏘는 손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방송 애니메이션 속 총을 쏘는 캐릭터들의 동작 19가지를 예시로 들며, 총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의 움직임을 갈무리했을 때 의도치 않아도 집게손가락 모양이 나온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티를 원청(넥슨)에서 받고 작업을 진행했다”며 “여러 사람이 검수 작업에 참여한다. 제가 검수를 3회 정도 한 뒤에도 (각 제작 단계별로) 작화 감독을 비롯해 다른 부서 사람들이 확인 작업을 한 만큼,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된 혐오 표현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제작사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손 모양 전부를 수정해줄 것을 뿌리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한 컷만 수정하는 게 아니라 그 컷이 포함된 동작(이어지는 동작)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며 “게임사에서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뿌리 쪽은 일부 게임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고 오해를 풀기 위해 유저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추후에도 갖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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