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완봉승→홀드왕→통합우승 주역인데…더뎌지는 FA 협상, 적정가는 얼마일까
[OSEN=이후광 기자] KBO리그 홀드왕 출신 주권(29)의 FA 협상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원소속팀 KT 위즈와의 잔류 협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재중 동포로,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2007년 귀화했다. 이후 청주우암초-청주중-청주고를 거쳐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 우선지명으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데뷔 첫해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주권은 2년차였던 2016년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당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 2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을 남겼는데 2016년 5월 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해냈다. KT 구단의 창단 첫 완봉승이었다.
주권은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불펜투수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한 가운데 2020년 77경기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막내 KT의 국내선수 1호 타이틀 홀더가 된 순간이었다.
주권은 KT 마법의 여정의 살아있는 역사다. 2020년 홀드왕과 더불어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62경기 3승 4패 27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창단 첫 통합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2022년에도 58경기 3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다만 예비 FA 시즌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23년 중국 대표팀으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해 국제 경험을 쌓은 주권은 정규시즌에서 지난해 후반기 평균자책점 5.49 부진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42경기 1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40에 그쳤다. 박영현, 손동현 등 후배들에게 필승조 자리를 내주며 시즌 막바지 대체 선발과 패전조 임무를 맡아야 했다.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 ⅔이닝 4실점 난조를 겪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쉼 없이 달려온 주권은 FA 자격을 행사하며 지난달 18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KBO FA 승인 선수 명단에 신규 A등급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권은 현재 원소속팀 KT와 잔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 개장과 함께 선수가 직접 구단 운영팀장을 만나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뒤 에이전트가 KT 프런트와 정식으로 만남을 갖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유했다.
협상이 더딘 이유는 다른 미계약 FA 선수와 마찬가지로 구단과 선수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KT 나도현 단장은 OSEN에 “구단과 선수 측이 기준점에서 조금 차이를 보였다. 당시 선수가 시장 상황을 알아본다고 했고, 우리도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해서 추후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KT 프런트와 주권 측은 최근에도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며 이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에 있다. 다만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올해 안에 계약 발표가 이뤄질 것 같진 않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불펜 FA 시장은 KT 클로저 김재윤이 11월 22일 삼성과 4년 총액 58억 원에 FA 계약한 뒤 소식이 잠잠했지만 닷새 전 함덕주가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38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잠시 활기를 띠었다. 현재 미계약 FA 불펜투수는 주권을 포함 홍건희, 김대우, 오승환 등 4명이다. 아직은 시장에 제법 많은 뒷문지기들이 남아 있다.
결국 KBO리그 리빙레전드 오승환, 두산 이적 후 트레이드 성공신화를 쓴 홍건희 등 조금 더 많은 불펜투수들이 FA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주권의 적정 금액, 눈높이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전에 계약이 성사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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