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게 풀어낸 흑인 여성의 내면[책과 삶]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디샤 필리야 지음 |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 260쪽 | 1만5000원
마흔두 살 율라와 캐럴레타는 소꿉친구다. 고교 영어 우등반의 ‘유이한’ 흑인 여학생이었던 둘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다. 두 사람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매년 12월31일이면 호텔방에서 육체적 친밀감을 나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율라는 캐럴레타와의 관계가 신 앞에 죄악이 될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목사님 말씀대로 ‘경건한 남자’를 찾아 결혼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율라가 성적으로 남성에게 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캐럴레타가 지적하자 그는 말한다. “나는 하느님에게 의문을 품지 않아.”
소설집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속 이야기들은 ‘교회에 다니는 순정한 여성’을 보는 세상의 시선을 철저하게 무너뜨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동성과 사랑을 나누고, 외도를 한다. 이들의 욕망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여성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믿음과 충돌하는 욕망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들은 죄책감과 애증, 상실감, 인지부조화에 시달린다.
소설집에는 율라와 캐럴레타의 이야기인 ‘율라’를 비롯한 9개 단편이 담겼다. 보수적이고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사회와 교회로부터 억압받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가장 짧은 단편은 종이 3장에 불과하다. 이 정도 분량으로 흑인 여성의 삶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내는 이 신인 작가의 솜씨는 감탄할 만하다.
디샤 필리야의 강렬한 데뷔작. 경제학도 출신으로 은행에서 일하다 전업 작가로 전향한 그는 이 작품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펜 포크너상을 수상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 MAX는 이 책을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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