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들어와, 함께 모여서 눈보라를 피해 보자[그림책]
눈보라가 치던 날
세린 클레르 글·친 렁 그림 | 김유진 옮김
책과콩나무 | 48쪽 | 1만4000원
평화로운 숲속 마을에 눈보라가 들이닥친다. 평범했던 날이 위태로운 날로 바뀐다. 이를 대비해 땔감을 쌓고 먹을 것을 모은 동물들은 집 안에 머물며 어서 무시무시한 눈보라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뿌연 안개 속 세찬 바람을 뚫고 낯선 곰 형제가 마을에 나타난다.
곰 형제는 자신들이 가진 차를 내밀며 난롯불이나 과자, 불빛을 나눠줄 수 없냐며 묻는다. 이방인이 두려운 동물들은 형제의 부탁을 외면한다.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여우 가족도 거절하기는 마찬가지. 곰 형제가 체념하고 마을을 떠나려고 할 때 아이 여우가 이들에게 작은 등불을 건넨다.
곰 형제는 등불을 준 여우에게 매우 고마워한다. 날이 저물고 날씨는 점점 안 좋아지지만 곰 형제는 좌절하지 않는다. 여우가 준 등불에 의지해 눈으로 피신처를 만든다. 그사이 안전할 줄 알았던 여우네 집이 무너진다. 여우 가족은 눈 속을 헤매고 어둠 속에서 자신들이 준 등불을 든 곰 형제를 만난다.
곰 형제는 이들에게 기꺼이 눈 집으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곰 형제의 호의에 여우 가족은 목숨을 구한다. 작은 눈 집 속에 옹기종기 모인 여우 가족과 곰 형제의 그림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방인이 내가 사는 세계로 들어왔을 때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우화다. 연민, 친절, 관용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한가를 직관적이고 따뜻하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떠도는 곰 형제를 불쌍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그리지도 않는다. 상황이 나빠졌을 뿐, 이들은 원래 평범하고 상냥한 이들이다.
세계 80억명의 사람들 중 1억명이 전쟁, 자연재해, 박해 등의 이유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지금도 떠돌고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이닥친 눈보라처럼, 어느 날 우리도 낯선 이가 되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은 내 것을 지키려는 본능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손 내밀었을 때, 세상은 좀 더 기댈 만한 곳으로 바뀐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달빛도 사라져 캄캄한 밤, 서로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주면서. 다정함은 다정함으로 돌아온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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