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억에 잡혀 현재에 집중 못할 때[책과 삶]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지음
오월의 봄 | 208쪽 | 1만6800원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은 청년 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서다. 페미니스트 노동연구를 하는 저자 이소진이 1년 이상 자살생각을 해 본 여성 청년 19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우리는 한 번쯤 깔끔한 삶의 종료를 꿈꾼다.” 자살생각에 대한 연구는 저자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사춘기 무렵부터 대학 때까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뒤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패배감,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자살생각의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다. 청년 중에서도 왜 여성이 더 많이 자살하는지, 자살하고 싶게끔 만드는 원인으로부터 왜 선뜻 도망치지 못하는지 탐구한다.
자살생각의 구조적 원인은 가족의 통제, 불안정한 노동, 성차별 등 다양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재림은 성인이 될 때까지 할머니와 한 방을 썼다. 가족들은 재림이 마음 편히 옷을 갈아입을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재림의 물건은 ‘가족 공용’으로 취급됐다. 친구에게 받은 선물도 아무나 가져다 썼다. 이후 아픈 할머니의 돌봄까지 전담하게 되면서 “우울의 클라이맥스”를 찍는다.
많은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회피 성향이 있어서 현재의 부정적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가 과거에 있다고 생각하게 됨으로써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책 부록으로 질적연구를 수행하려는 이들을 위한 연구 방법, 인터뷰 질문지가 수록돼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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