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서버만 유저 몰리는 ‘망겜 같은 한국’…‘2번 서버’ 부산 살리기[책과 삶]
세상의 모든 처음
박범각 지음 | 이매진
191쪽 | 1만5000원
박범각은 부산 남구 대연동 골목에서 서점 ‘당신의 책갈피’를 운영한다. 부산에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해 부산대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 그가 만든 독서모임은 10년 동안 이어졌다. 부산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려면 공무원이 돼야 했다.
공무원 시험에 세 번 떨어지는 동안 친구들은 전국 곳곳으로 떠나갔다. 박범각도 서울의 계약직 사서 자리에 합격해 부산을 떠났다. 박범각의 <세상의 모든 처음>은 부산에서 태어난 청년이 잠시 서울에서 일하다 부산으로 돌아와 서점을 연 이야기다.
그의 서점은 부산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려는 사회활동이기도 하다. 박범각은 서울을 ‘망한 게임 1번 서버’에, 부산을 ‘2번 서버’에 비유했다. 망한 게임은 1번 서버에만 사람이 몰린다고 한다. 박범각의 글은 에세이와 사회과학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가볍고 경쾌하지만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도 엿보인다.
박범각이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어느 할아버지가 주민등록증을 가져왔지만 휴대폰이 없어 회원 가입이 불가능했다.
박범각은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에 ‘공공도서관에서 본인 명의 휴대폰, 아이핀이 없는 이들도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경향신문을 비롯해 많은 언론이 기사화한 청원의 주인공이 그였다.
“뒤처지는 사람을 지운 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버린 채,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내버려둔 채 앞으로 달려야만 했던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누구나의 책을.’ 도서관학 5법칙 중의 한 가지입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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