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얼룩이 떠다니네” 당뇨병 합병증 의심해보세요

김태훈 기자 2023. 12. 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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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당뇨병성 질환’ 주의
활동량·일조량 줄고 혈액순환 장애
체내 비타민D 부족으로 혈당 상승
손발 찌르는 통증 ‘말초신경병증’
망막 혈관 손상되는 ‘망막병증’ 등
조기 진단·치료로 삶의질 지켜야
당뇨망막병증으로 눈 속 유리체에 출혈이 생긴 안구 사진(왼쪽 위 사진). 유리체 출혈 환자는 얼룩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증상을 겪는다. 질병관리청 제공

당뇨병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이면서도 적잖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병이다. 신체 곳곳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이 환자에게 고통을 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손과 발 등 인체의 말단에 생기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나, 눈에 나타나는 ‘당뇨망막병증’은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에 관리가 중요하다.

당뇨병은 높은 혈당 수치가 오랜 기간 지속하는 대사 질환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이다. 고혈당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하면 혈관이 손상되면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다.

손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나타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대표적이다. 말초신경계에 장애가 생기는 말초신경병증은 특히 50세 이상의 환자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당뇨병이 오래된 경우 절반가량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감각·운동·자율신경 등 모든 신경계에 광범위하게 침범해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감각신경에 증상이 나타나면 찌르는 듯한 감각이 몸의 양쪽 말단 부위에서 대칭적으로 시작해 점차 몸통 쪽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통증은 보통 밤에 더 악화하는 특징이 있어 일부 환자들은 수면장애로 만성피로에 빠지기도 한다. 또 신경 손상이 심하면 감각실조 증상까지 나타난다. 걸을 때 균형 잡기가 어려워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 운동신경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근육의 힘이 빠지는 근위약, 더 나아가 국소적인 근위축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겼다면 위장이 마비돼 소화가 잘 안 되고 구역·구토·복통이 나타나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잘 관리하면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지만 그 속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발에 궤양이 생기는 ‘당뇨발’은 뚜렷한 감각 이상을 느끼는 대신 감각이 무뎌지는 기능 저하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다. 당뇨발은 처음엔 경미했더라도 심해지면 절단까지 해야 할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이르기도 하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손성연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신경병증을 가진 환자는 손과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갑과 양말로 손발을 충분히 보호하고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고 잘 말려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의 또 다른 주요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역시 높은 혈당 때문에 눈의 망막 혈관에 허혈성 손상이 생겨 발생한다. 망막은 예민하고 얇은 조직이기 때문에 약간의 출혈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합병증이어서 관리가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한 뒤에야 증상이 발견된다. 황반에 부종이 생겨 사물이 찌그러지거나 흐린 듯이 보이기도 하고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일도 있다. 망막의 혈관이 터지면 눈앞에 뭔가 떠다니거나 얼룩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안구의 앞쪽에 신생혈관이 자라면서 안압을 높여 안구와 머리의 통증, 구역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초기 증상이 없어서 환자가 증상을 느꼈을 때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조기 진단 및 빠른 치료가 중요하므로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안저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겨울철은 당뇨망막병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워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계절이다. 기온이 떨어져 혈관과 신경, 근육이 위축되는 만큼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추운 날씨 탓에 실내생활을 많이 하면서 활동량이 줄어 나타나는 체중 증가와 일조량 감소로 체내 비타민D가 부족해지는 변화도 혈당 상승을 부를 수 있다. 혈당 조절이 어려운 당뇨병 증상이 심해질수록 합병증 역시 주의 깊게 치료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망막 출혈이 발생했다면 위치가 중요하다. 출혈이 망막 중심부까지 이르지 않았다면 레이저나 약물치료로 중심부를 보전하며 시력을 지킬 수 있다. 이미 중심부를 침범했다면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다. 하지만 유리체 절제술 등의 수술로 중심부 신경을 살리면서 시력을 유지하는 치료법이 마련돼 있다.

당뇨병 합병증을 관리하려면 공통으로 초기부터 혈당과 혈청지질, 혈압 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를 먼저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상웅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에서는 특히 당화혈색소 조절이 중요하다”며 “당뇨망막병증이 심하지 않으면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3~6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으로 신경에 손상이 생긴 환자는 일상생활 중에도 신경 써야 할 사항이 있다. 자율신경기능이 저하된 탓에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앉거나 누워있다 갑자기 일어나는 등의 자세 변화를 피해야 한다. 실신 전조증상이 있다면 즉시 쪼그려 앉거나 자세를 낮춰야 낙상을 방지할 수 있다.

술과 담배는 여러 합병증의 진행을 가속할 수 있어 당뇨병 환자라면 꼭 피해야 한다. 손성연 과장은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신경병증 역시 초기 진단이 중요하므로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한편 수시로 증상을 살피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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