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30일 만난다···막판 타결인가, 명분 전쟁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오는 30일 만난다. 이 전 대표가 내년 초 신당 창당을 예고해 분당 초읽기에 들어간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막판 타협을 도출해 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협상 가능성이 높지 않고 각자 분당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포토타임’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퇴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조금 전에 (이 전 대표와) 연락이 돼서 내일 아침에 만나게 될 것 같다”며 “어떻게든 통합의 기조위에 우리 국민들께서 실망하지 않으시도록 해야되기 때문에 한 번 집이라도 찾아가 뵐까 했는데 여하튼 일정이 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얘기를 해봐야 한다”며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는거니까, 세상사라고 하는 게 누구나 자기 뜻대로만 할 수 없는 거 아니겠느냐. 한번 만나뵙고 서로 노력을 해봐야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30일 오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만난다고 일정을 공지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양 측의) 측근 의원들끼리 만났지만 해결이 안 됐다. 이제는 대장끼리 만나서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와 만남을 준비했지만, 연락이 엇갈려 성사되지 못했다. 양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땐 이 전 대표가 인터뷰 중이었고 이 전 대표가 회신을 했을 땐 이 대표가 회의 중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이 대표가) 오신다고 하면 만나야 한다. 당연히 피할 이유도 없고 피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전화가 어긋났다. 그 분 전화는 제가 못 받았고, 제 전화는 그 분이 못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원래는 오늘 (이 전 대표) 집 앞에서 밤늦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이 전 대표 측에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내일은 (이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만남이 극적 타결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절충점이 찾아진다면 민주당은 분당 사태를 막고 당내 갈등을 뒤로 한 채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다만 협상 공간은 넓지 않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사퇴하고 통합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당원이 선출한 당대표가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협상 가능성이 없는데도 각자의 명분을 찾기 위해 만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로선 이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 전 대표의 탈당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탈당해 신당을 만들더라도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대표가 대화를 원했지만 이 전 대표가 거부하고 나갔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당 관계자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지도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국민과 당원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 전 대표는 계속해서 요구를 했지만 이 대표는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이를 탈당과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전 대표가 사실상 탈당 및 신당 창당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최 전 시장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드리겠다 약속했고 새해 초에 국민께 말했던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1월 첫째주 안에 저의 거취랄까 하는 것을 국민께 말씀드리는 것이 옳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대학 동기 동창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내년 1월 최후 통첩 후 이 대표가 수용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 신당 창당에 속도가 붙고 있는 그림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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