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입구부터 PB상품인데…공정위 ‘쿠팡 조사’에 역차별 논란
PB 매출 비중, 마트가 쿠팡 3~6배
“같은 논리면 대형마트도 규제해야”
쿠팡보다 PB(자체 브랜드) 상품 비중이 큰 대형마트에서도 자사 제품을 전면 배치하는데 온라인 플랫폼만 정부가 단속하고 있단 지적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쿠팡에 PB상품 노출 순위를 조작했다는 조사 사실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쿠팡 직원들이 PB상품에 리뷰를 달아 소비자에게 상품 노출도를 높였다는 게 공정위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공정위 조사는 지난해 참여연대가 “PB상품 후기에 임직원 구매평이 달리는 건 부당하다”고 공정위에 신고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당시 쿠팡 측은 “직원이 상품평을 남기는 건 모두 표시하고 있고, 전체 후기의 0.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유통기업이 체험단 등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는 게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또 고물가 시기 각 유통사가 가격경쟁력을 갖춘 PB상품을 상위 노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쿠팡의 경우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통해 ‘곰곰(식품)’, ‘탐사·코멧(생활용품)’ 등 다양한 브랜드의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건 쿠팡의 PB상품 매출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나 편의점과 견줄 때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쿠팡의 지난해 PB 매출액은 1조3570억원으로 쿠팡 전체 매출(26조5917억원)의 5.1% 수준이다.
쿠팡의 전체 매출에서 로켓배송이나 로켓프레시 등 직매입 비중이 9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PB를 제외한 NB 직매입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대형마트들의 경우 쿠팡에 비해 PB상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의 경우 ‘노브랜드’와 ‘피코크’, ‘티스탠다드’ 등 PB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인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노브랜드만 하더라도 올해 1조4000억원 수준의 역대 최고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피코크 역시 최소 4000억원 이상 매출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PB 상품으로만 이마트는 2조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커클랜드’를 운영하는 홈플러스는 32%, ‘요리하다’를 보유한 롯데마트는 15%, ‘시그니처’를 유통하는 홈플러스는 10%의 매출을 PB 상품군에서 낼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업계도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PB 매출의 비중이 20~35%에 이른다. 쿠팡의 6배 수준이다.
대형마트의 입구나 에스컬레이터, 계산대 근처 등 눈에 잘 띄는 곳에는 늘 PB상품이 대거 진열해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든존은 일반 진열대와 비교해 매출이 4배 이상 오르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고물가 시대에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먼저 노출하는 전략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매년 PB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쿠팡 등 온라인 유통사가 PB상품을 유리하게 취급해 일반 브랜드나 소비자 등 거래 상대방을 차별한다는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논리라면 대형마트 골든존에 진열된 PB상품도 제재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에서 PB상품을 검색 최상단에 노출하는 것은 대형마트가 PB상품을 입구 매대에 진열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온라인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또 대형마트 PB매출 비중은 20%를 웃돌지만,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비중이 한 자릿수”라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올해 열린 유통학회 컨퍼런스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도 자사 PB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신산업인 온라인 기업에 대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안 교수는 이어 “미국에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모두 폐기 수순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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