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폭, 오인 사살… 고강도 전쟁 실수 하나씩 드러나는 이스라엘

권영은 2023. 12.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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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은 아랑곳 않고 무차별 폭격을 이어가던 이스라엘의 고강도 군사작전상 실수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건은 하마스의 유인 작전으로 오판한 이스라엘군의 '임무 실패'로 확인됐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전쟁의 일부'라거나 '부수적 피해'라고 일관해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15일 가자지구 셰자이야에서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임무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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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명 사망 난민촌 오폭 "유감" 표명
자국인 인질 오인 사살은 "임무 실패"
민간인 살상 비판 의식..."교훈 얻으려 노력"
지난 25일 가자지구 중부의 알마가지 난민촌 내 건물이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렸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은 아랑곳 않고 무차별 폭격을 이어가던 이스라엘의 고강도 군사작전상 실수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건은 하마스의 유인 작전으로 오판한 이스라엘군의 '임무 실패'로 확인됐다. 성탄 전날을 피로 물들인 난민촌 공습도 '오폭'이었음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전쟁이 세 달째 이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민간인 피해에 따른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이 "공습에 무고한 민간인 피해" 이례적 인정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4일 가자지구 중부의 알마가지 난민촌을 향한 두 차례 폭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IDF가 작전 과정상 잘못을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전쟁의 일부'라거나 '부수적 피해'라고 일관해왔다.

이번 알마가지 난민촌 공습은 당시 하마스를 표적으로 삼은 이스라엘 폭격기에 의한 오폭이라는 게 IDF의 설명이다. IDF는 "예비 조사 결과 공습이 이뤄지는 동안 목표물 근처의 다른 건물도 공격을 받아 하마스와 무관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번 일로 교훈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잠정 집계한 결과 당시 공격으로 86명이 숨졌다.

다만 이번 오폭을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다분히 미심쩍은 점도 있다. 익명의 IDF 관계자는 "무기를 잘못 선택한 탓에 광범위한 피해와 많은 민간인 사망이 초래됐다"며 "당시 사용된 탄약 종류가 (하마스 집중 타격이라는) 공격 성격과 맞지 않았다"고 이스라엘 공영 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NYT는 전쟁 개시 이후 첫 6주간 IDF가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내몰린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초대형 폭탄을 최소 208차례 투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괴력이 큰 탓에 미군도 인구밀집지역에서 더는 사용하지 않는 폭탄이다.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입장이 더욱 군색해진 대목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 26일 가자지구 북부의 투파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자국인 인질 오인 사살, 임무 실패"

이스라엘은 지난 15일 가자지구 셰자이야에서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임무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TOI는 "당시 작전 중이던 군이 인질과 마주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이들의 사망은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셰자이야에서 인질들을 발견한 IDF는 최초 총격전에서 2명을 사살했고, 나머지 1명은 인근 건물로 도망갔다. 현장에 있던 IDF 지휘관은 사격 중지를 명령했지만, 주변 탱크의 소음으로 이를 듣지 못한 군인 2명이 발포하면서 남은 1명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으며, 투항을 의미하는 백기를 임시로 만들어 흔들고 있었다. 또한 사살당하기 전 히브리어로 "도와달라", "인질"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현장의 군인들은 매복한 하마스가 자신들을 유인하기 위해 꾸며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들 병사는 앞서 며칠간 복잡한 전투 상황을 경험하면서 하마스의 위협에 대한 높은 경계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만 사건에 연루된 군인들이 징계를 받은 가능성은 없다고 TOI는 전했다. IDF 측도 "교훈을 얻기 위한 작전 조사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인들은 그 순간 자신들이 올바르게 행동했다고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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