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만 돈 버냐, 우리도 좀 벌자”…‘채권 삼총사’ 쓸어담은 개미들
개인이 2000억 이상 보유 국채 종목수만 14개
장기채 인기에 물량 품귀, 물량 구하기 힘들어
4.4%까지 오른 10년물 금리 급락에 평가 차익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시중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국채투자 수요가 높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021년 말 일부 슈퍼리치(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시작한 국채 투자 열풍이 일반 소액투자자까지 확대된 것이다. 인기 상품의 경우 증권사가 중개 매매할 물량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매물이 귀하다.
29일 매일경제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이 높은 국채 종목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이달 초 기준으로 볼때 개인투자자들이 연중 대거 사들인 스타 채권 3개 종목을 꼽으면 장기채인 ‘국고 20-2’, ‘국고 19-6’과 단기채인 ‘국고 21-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채권들의 총 개인 잔고액은 7조원에 육박한다. 개인투자자들이 2000억원 이상 잔고를 보유 중인 국채 종목 수는 총 14개다.
올해 말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지난 2020년 만기 30년으로 발행된 ‘국고 20-2’로 2조9341억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국채 전체 발행 잔액 대비 6.79%를 차지한다. ‘국고 20-2’의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은 올해 중순 2.7%에서 6개월 만에 4%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2019년 만기 20년으로 발행된 ‘국고 19-6’도 2조8395억원 보유 중인데, 발행 잔액 대비 개인투자자 비중은 25.66%에 달한다. 전체 발행 물량 4개 중 1개를 개인투자자가 갖고 있는 셈이다.
‘국고 19-6’ 투자 열풍은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국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수급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준년 비전자산운용 대표는 “주식 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일드 매력과 더불어 자본 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국채가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상했다”며 “국채는 각 국가가 보증하는 안전 자산이라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추가 긴축 우려가 컸던 올해 10월 장기채의 기준으로 꼽히는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92%까지 상승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교란 우려가 컸던 지난해 10월 수준(4.5%)까지 시중 금리가 재차 급등했다. 이후 긴축 우려가 사그라들며 10년물 국채금리는 연말 3.183%까지 떨어졌다.
금리 하락은 장기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반채권시장에서 ‘국고 20-2’의 유통 금리(수익률)는 지난 10월 3.981%까지 뛰었다가 현재는 3.16%로 낮아진 상태다. 당시 ‘국고 20-2’의 저가 기준 가격은 상승률은 18.59%에 달한다. 올해 초에 해당 국채를 구매했더라도 현재 약 12%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장기채 외 기준금리 인하 전 고금리로 발행된 단기채 ‘막차’에 타겠다는 수요도 뜨겁다. 장기채 대비 시세 차익은 제한되지만, 금리 민감도를 낮추면서 준수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장기채 리스크를 헷징(위험회피) 하는 목적으로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 2021년 만기 3년으로 발행된 단기채인 ‘국고 21-4’의 개인투자자 잔고액도 1조1251억원으로 개인 비중이 7.39%로 높은 편이다.
국채 투자 열풍은 지난 2021년 말 자산 규모가 큰 슈퍼리치(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은 10년에 두 차례 정도 찾아오는데, 일선 증권사 PB들은 이번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장기채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고 슈퍼리치에게 채권 매수를 권해왔다.
한 증권사 PB는 “10년 동안 4%가 넘는 금리를 보장받는다는 건 엄청난 기회”라며 “채권을 실물로 투자하는 경우 만기까지 보유 시 원금 보장도 되기 때문에 장기채는 굴리는 자산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들에겐 훌륭한 투자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채권 투자보다는 실물 채권 직접 투자가 리스크를 낮추는 데 유용하다고 입을 모은다. ETF 채권 투자는 단순 채권의 자본(매매) 차익만을 노리고 주식처럼 거래하는 방식이다. 반면 채권 직접 투자는 장기적인 이자 수익과 더불어 만기까지 보유 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발행가액 대비 가격이 낮아진 채권을 유통시장에서 매수한 후 중도에 매각하지 않는다면, 만기가 되면 차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행가 1만원의 잔존만기 10년인 채권을 9000원에 매수한다면 만기까지 보유 시 매년 3%의 이자 수익과 더불어 1000원의 차익분까지 자연스레 얻게 되는 셈이다.
한편 올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이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변동성을 낮추고, 이자 수익에 집중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국내 ETF 정보업체인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ETF 시가총액 1, 2위 종목은 양도성예금증서(CD)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TIGER CD금리투자KIS ETF(6조8363억원)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6조654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ETF들은 소위 하루만 원금을 예치해놓아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파킹통장형’ 상품이다. 최근 CD91일물 및 KOFR 금리는 각각 3.8%, 3.6% 수준이다. 매일 하루분의 이자 수익이 수익률에 반영되고, 주식처럼 중도에 매도해 수익 실현을 할 수 있어 환금성도 뛰어난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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