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대재해 원청 대표 첫 실형,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지난 28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경각심과 책임감을 갖고 노동자 안전에 힘을 쏟으라고 만들어졌다. 법 시행 후 기소된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대법원이 첫 실형 판결을 내린 의미는 작지 않다.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60대 하청노동자가 1.2t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졌다. 이 회사 성모 대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는데도 법 최저형량인 징역 1년 선고에 그쳤다. 이 판결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무거운 형량은 아니다. 노동계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처벌 수위를 놓곤 아쉽다고 반응한 이유이기도 하다. 혹여 잇따를 중대재해 사건에서 ‘솜방망이’ 구형과 처벌로 법 적용을 소극적으로 하는 빌미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2024년 1월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기업주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법 확대 적용을 2년간 다시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 대책을 27일 내놨다. 이 중 신규사업은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재탕 대책을 내놓고 법 적용을 늦추자는 것인가. 실효성 있는 예산이나 대책도 없이 2년 늦춘다고 그동안 안 된 준비가 될 리도 만무하다. 전체 산재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는데 이런 현실에는 눈을 감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윤을 따지느라 일터 안전과 사람 목숨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조건부로 법 유예에 가세했으나, 당정의 대책은 야당 요구 수준엔 턱없이 못미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은 법 적용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태안화력의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 꼭 5년이 됐다. 정작 그 죽음이 기폭제가 된 중대재해법은 김용균씨 사건에 적용되지 않았고, 지난 7일 원청 대표이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언제까지 일터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외쳐야 하는가. 안전 설비, 기업주 인식, 노동자 죽음의 처벌, 소공장은 사각지대인 중대재해법 모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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