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편집국장, 홍영림 기자 국힘 여의도 연구원장 직행에 "우리도 난감"
여론조사전문기자로 21일까지 기사 써
선우정 국장 "27일 통보, 바로 수리"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아"
호준석 전 YTN 앵커 비대위 대변인 내정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첫 회의를 열어 새 여의도연구원장에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를 임명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대변인에 호준석 전 YTN 앵커를 내정했다고도 밝혔다. 현직 언론인들의 사실상 대거 영입이다.
언론인들이 최소한의 숙려기간도 없이 현직에서 정치관련 보도를 하거나 뉴스프로그램 앵커를 하다 여당을 포함한 특정 정당으로 직행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권언유착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 대상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윤리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홍 기자가 발표 이틀 전에 통보해 곧바로 수리했다면서 우리도 난감하고 홍 기자의 여의도연구원장 행이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29일 비대위 첫 회의에서 당직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여의도연구원을 두고 “우리 당의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같은 그런 보배로, 총선을 승리하고 국민들께서 확실하게 우리를 믿을 수 있는 진정한 실력 있는 보수 집단으로 보기 위해선 여의도연구원이 전문 조직으로 더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의원들이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서 여론조사와 분석의 전문가를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 조선일보 기자, 홍영림 기자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모시게 됐다”며 “홍영림 전 기자는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서 97년 조선일보에 입사해서 30여 년간 여론조사 통계 분석을 담당해 온 국내 사실상 유일의 여론조사 전문 기자”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저희 당의 정책과 조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여의도연구원에 대해 “과거에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자들조차 여의도연구원의 분석과 조사에 대해서는 일단 수긍을 했다”며 “그것 이상의 객관성과 정확도와 분석의 퀄리티를 갖는 여의도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적임자로 홍영림 새로운 여의도연구원장을 모시게 됐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홍영림 새 여의도연구원장은 비대위 회의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홍영림 새 여의도연구원장이 조선일보에서 가장 최근에 쓴 기사는 지난 21일 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물러나야” 贊 47% 反 42% [NBS]>이다.
이 같은 발표에 조선일보 측도 난감해하고 있다. 선우정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표수리가 27일 됐다. 해당 기자가 이날 내게 찾아와 통보해서 알게 됐다”며 “(홍 기자가) '누구에게 얘기를 듣고 가게 됐다'고 했고, 적어도 현직인 상태에서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난감한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선우정 국장은 “그가 직전에 이런 기사를 썼다는 것에 대한 인과관계(가 있다고)는 저는 믿지는 않는다”며 “거기 가기 위해 이런 기사를 썼다고 절대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사와 자리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보고, 그것까지 의심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선우정 국장은 그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언론인의 권력 또는 정치권 직행이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권언유착의 의심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저도 언론인인데, (그런 지적에) 동감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해서 난감한 상황이다. 적어도 (숙려) 기간은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기간으로, 모럴의 문제로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직접 통보하고 가버린 일이 생겨서 저희도 난감하다. 저만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그렇다”고 털어놨다.
선우정 국장은 “어떻게 그렇게 인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런 기사를 쓰던 분이 여의도연구원장으로 간 것은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우정 국장은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선우정 국정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을 수도 없어 말리지는 않았다”며 “(홍 기자가) 간다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사전에 그만둬야 한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에 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기사를 쓰면 안 된다. (다만) 그 마음을 갖고 기사를 썼으리라고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저녁 △한동훈 위원장의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직 제안 수락 여부와 경위 △발표 이틀전에 퇴사를 조선일보측에 통보한 것이 맞는지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 해당 언론의 독립성 훼손과 권언유착을 낳는다는 비판에 어떤 견해인지 △선우정 편집국장 등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난감하다,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에 어떤 견해인지 등을 묻는 미디어오늘의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 질의에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오후 6시 현재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호준석 전 YTN 앵커도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에 내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주재한 첫 비대위 후 백브리핑에서 '호준석 대변인 선임보도도 사실이냐'는 기자 질의에 “지금 대변인단 중에 한 분으로 내정”됐다고 답변했다. 호 전 앵커는 지난 18일 YTN을 퇴사해 19일 인재영입 대상에 포함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직접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지는 않았다. 한 기자가 '비대위원장이 직접 설명해주시고 질의응답을 받을 줄 알았다'고 지적하자 박 수석대변인은 “오늘은 비대위 첫번째 회의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질의응답이냐”면서 “최대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기회는 차근차근 준비해드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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