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가락’ 린치 유저들, 오프라인 설명회에 한 명도 안 왔다
‘집게손가락 음모론’으로 일부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표적이 된 애니메이션 외주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29일 오프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뿌리 측은 누구든 해명을 요구하면 그에 답하는 방식으로 방식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현장에 이용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기자회견 형식으로 대체했다.
스튜디오 뿌리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시 구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및 유저 설명회를 가졌다. 김상진 스튜디오 뿌리 총감독은 “유저분들에게 작업 과정을 보여드리면 오해를 충분히 풀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언제든 유저분들을 만나 설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앞서 뿌리 측은 한국게임소비자협회(협회)를 통해 이용자들을 설명회에 초대했다. 협회 측에 참석 의사를 밝힌 이용자는 4명이었으나, 현장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민성 협회 대표는 “신원확인차 성함과 연락처를 요구하니 답신이 없으셨다”고 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뿌리 직원의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하는 등 괴롭힌 터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신원확인 절차를 밟으려 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총감독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하면서 “작업 과정에 의도적으로 집게손가락을 넣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총감독은 ‘검수 과정에서 악의적인 손동작을 놓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몰랐더라도 여러 사람이 검토 과정에 참여한다”면서 “제가 3번 검수하고, 작화감독, 파이널, 동화 부서에서 모두 체크한다. 원청과 소통 과정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유 없는 장면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김 총감독은 최초 논란이 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의 작업 과정도 모두 공개했다. 김 총감독은 엔버가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주며 “2초의 작업을 하는 데 각각의 움직임을 다 그려야 해서 일주일 이상 걸린다”며 “사람이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움직일 때 2단으로 (끊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중간의 동작을 잡아내 ‘집게손모양이다’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총감독은 나루토 등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들도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면 집게손가락 모양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참고하기 위해 찾아놓은 외국 영상 자료들도 보면 지금 의심하는 손 모양들이 충분히 나온다”면서 “이게 안 나올 수 없는 모양이다. 액션을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구성을 (집게손가락과) 비슷하다고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김 총감독은 게임사에서 참고 자료로 보낸 그림들도 공개하며 “이 자료들도 다 (집게손가락이라고) 의심하는 구도로 그려진 그림”이라고 했다.
뿌리는 이번 집게손가락 논란으로 유무형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장선영 뿌리 대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 60%의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사회적인 논란이 있으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스튜디오 뿌리에게 불거진 논란이 집게손가락밖에 없어 해당 이슈가 취소 이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이날까지 뿌리 측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표는 “(법무팀) 방문이라든지 서면 자료가 온다든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뿌리가 만든 작업물에 대해 조치를 요구하거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를 요구한 일 역시 없다고 했다.
전날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외주사에서 제작한 영상들을 조사를 마무리했다”면서 “메이플스토리는 모든 외주업체 선정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작업물의 품질관리 검수 시스템을 정비해 용사님들께 불편함을 드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의 혐오문화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넥슨 측에 법적 대응 등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9년 정도 믿고 일을 맡겨주셨던 회사이기도 하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따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 뿌리와 발주사 간 입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임직원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괴롭힌 이들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범 변호사는 “양이 많아 검토를 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상황”이라며 “당장 내일 고소장을 낼 순 없지만 모니터링 팀을 통해 게시물들을 수집하고 있다. 조만간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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