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채팅만 하면 음질 떨어지는 블루투스 이어폰...왜? [IT 잡학다식]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2023. 12.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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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요즘 웬만한 이어폰은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유선이 쓰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죠. 무선 이어폰의 가장 큰 장점은 선이 없다는 겁니다. 충전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예전처럼 선 꼬임이나 단선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됩니다. 특별히 음질에 민감하지 않다면 유선을 사용할 이유는 더더욱 없죠.

하지만 무선 이어폰도 단점이 있습니다. 디스코드, 줌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음질이 저하된다는 거예요. 이미 몇몇 분들은 경험해 봤을 겁니다. 유선 이어폰을 사용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유독 무선 이어폰만 사용하면 음질이 안 좋았던 경험. 디스코드의 경우 게임 소리가 나지 않는다거나, 나더라도 음질이 나쁘게 들리죠. 왜 그런 걸까요?

블루투스 연결 방식을 보자

출처: Pixabay

블루투스는 전력 소모가 낮은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입니다. 블루투스 기기를 연결하려면 ‘페어링’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해요. 무선 이어폰을 처음 구매하면 페어링 안내 문구가 나오잖아요. 이때 이어폰처럼 연결하려는 기기는 슬레이브, PC나 스마트폰처럼 본체가 되는 기기는 마스터라고 불러요.

페어링에 성공하면 개인통신망(PAN)이 형성돼요. 쉽게 말해 슬레이브, 마스터 기기끼리 연결된 네트워크 망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블루투스 기기는 2.4GHz ISM(Industry Science Medical) 주파수 대역 안에서 통신하는데요. 기기 종류나 용도에 따라 미리 약속된 규격인 ‘프로파일’에 맞춰서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중요한 건 프로파일 종류

블루투스는 여러 기기에 쓰이는 무선 통신 기술이라 다양한 프로파일을 지원합니다.(출처: Pixabay)

블루투스는 다양한 프로파일을 지원합니다. 통화, 음악 재생, 주변 기기 연결, 데이터 전송 등 기능별로 정말 많은 프로파일이 존재하죠. 그중 주목해야 할 프로파일은 통화용인 HSP(Headset Profile)/HFP(Hands Free Profile)와 음악 재생 프로파일인 A2DP(Advanced Audio Distribution Profile)/AVRCP(Audio·Video Remote Control Profile)에요.

HSP와 HFP는 소리를 전달하고 수신할 수 있는 양방향 통신 프로파일로, 통화에 쓰입니다. 대역폭, 그러니까 전송 가능한 데이터 용량이 크지 않고 지연 시간이 긴 편이라 음질이 좋지 않아요.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면 상대방 목소리가 실제보다 좋지 않게 들리잖아요. 두 프로파일이 비슷한 느낌입니다. 통화 품질이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출처: Unsplash / dylan ferreira

A2DP/AVRCP는 음악 재생용 프로파일입니다. 블루투스 기준 고음질 스테레오 오디오를 들려주죠. HSP, HFP와 달리 단방향 통신이에요. 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목소리를 전송할 수는 없어요. 애초에 음악 재생용으로 만들어진 프로파일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통화용으로 사용할 수 없죠.

그래서 음성채팅 음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성 채팅이나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음질이 저하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컴퓨터와 HSP/HFP 프로파일로 통신하기 때문이에요. 이 프로파일은 통화는 가능하지만, 소리가 좋지 않다고 했죠. HSP/HFP 프로파일과 연결되면 음성 채팅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질이 전부 하락합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통화용 프로파일로 연결되면 컴퓨터에서 ‘머리에 거는 수화기’로 잡힙니다.(출처: LG전자)

컴퓨터와 연결된 블루투스 이어폰이 ‘머리에 거는 수화기’로 인식되면 HSP/HFP 프로파일로 작동 중이라는 거예요. 디스코드와 같은 음성 채팅 앱 설정 창에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반대로 A2DP/AVRCP 프로파일에 연결되면 컴퓨터에 ‘헤드폰’으로 잡히는데요. 이 경우 음성 채팅 기능이 제한됩니다. 상대에게 목소리를 전송할 수 없어요.

이 문제는 블루투스의 고질병입니다. 블루투스는 반드시 하나의 프로파일에 한 개의 기기만 연결할 수 있어요. 통화용 HSP/HFP, 음악 재생용 A2DP/AVRCP 프로파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거죠. 아쉽지만 아직까지 블루투스는 ‘고음질+음성통화’를 지원하는 프로파일이 없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출처: Unsplash / mika baumeister

완벽한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기술상 문제이기 때문이죠. 음성 채팅만이 목적이고, 음질이 떨어져도 상관없다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음성 채팅과 게임 등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면 블루투스 이어폰 대신 다른 기기를 쓰는 게 좋아요. 대안으로 유선 이어폰이나 USB 수신기로 연결하는 무선 헤드셋 같은 제품이 있습니다. 같은 무선이라도 USB 수신기 방식은 음질 저하, 목소리 전달 불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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