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저 오찬… 석 달간 매달 만났다

정준기 2023. 12.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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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낮 12시부터 2시간 20분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1968년 외교부 장관이 외빈을 맞이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군 공병대에 지시해 지은 관저라는 이야기도 나눴다.

유독 박 전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윤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총선에 앞서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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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서도 '특검법 거부권 반대' 67%
총선 앞 '보수 적통' 메시지 노린 듯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한남동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 전, 관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을 마중하며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최근 3개월간 매달 한 차례 만나는 이례적 행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적통'임을 강조해 전통 보수 표심의 이탈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낮 12시부터 2시간 20분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자리에는 김건희 여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안부를 챙기며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이 서울에 얼마나 자주 오는지를 묻자 박 전 대통령은 "한두 달에 한 번 올라온다"고 답했다. 이에 "편하게 자주 오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식사 후에는 10분가량 함께 관저 정원을 산책하고 사저동 내부로 박 전 대통령을 안내했다. 특히 관저의 역사를 설명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1968년 외교부 장관이 외빈을 맞이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군 공병대에 지시해 지은 관저라는 이야기도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11월 7일 윤 대통령이 대구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당시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서울로 초청하면서 이날 자리가 성사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10월 26일 중동 순방 귀국 직후 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두 전·현직 대통령은 여러 장면에서 친밀함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도착했을 때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영접했고, 식사 후 복귀할 때도 부부가 함께 배웅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대구 자택 방문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이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나와 윤 대통령을 맞이했는데 집 밖까지 나와 배웅하려고 한 것을 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이 대화 키워드로 '박정희'를 언급한 것도 지난번 만남 때와 같다.

유독 박 전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윤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총선에 앞서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18~20일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41%에 달해 긍정 평가(47%)와 엇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TK 민심이 윤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67%로 '행사해야 한다'(19%)를 크게 앞질렀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공언한 상태에서 추가 민심 이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가 향후 창당할 신당으로 보수 표심이 분산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내달 2일 신년 첫 공식 행보로 대전과 함께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NBS,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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