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찾아간 한동훈 “다른 점도 분명 있지만...건설적 대화 많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한 위원장이 ‘중대 범죄 혐의자’라고 비판해온 제1야당 대표를 취임 인사차 찾아간 것이다. 20분 정도 이어진 두 사람의 만남은 긴장감이 팽팽했지만 직설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전세사기특별법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 이날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에게 취임 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회의실 밖 당대표비서실로 마중 나와 한 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취임 일성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했지만, 이날 접견에서 공개 공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 라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위원장은 “제가 급작스럽게 취임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 흔쾌히 일정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 있지만 국민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직함이 표현하는 것처럼 국민의힘이 일종의 비상상태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와 국민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도 분명한 현실”이라며 “할 수 있는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을 제안해 주면 저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게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장관 이임식 때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고 하셨다”며 두 가지 제안을 했다. 그는 “지금 서민 현안 중 가장 중요한 게 이태원참사 피해자분들”이라며 “그분들이 소망하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것을 정치권이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도록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하나는 전세사기특별법”이라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서 민주당이 지금 추진하는 우선 구제해주고, 일부나마 후에 구상하는 그 방식에 함께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접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등 결정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는 서로 무용한 힘겨루기나 감정싸움을 하지 말고 결정할 게 있으면 저랑 둘이 신속하게 결정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별법에 대해서는 이 대표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 법은 총선을 그걸로 뒤덮고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위원장은 “그대로 통과됐으면 그 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접견 후 기자들에게 “특검의 ‘ㅌ’자도 비공개 대화에선 없었다”며 “백드롭(배경 현수막)에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한 위원장에게 당정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거나 이 대표를 저격한 취임사를 언급하는 등의 첨예한 주제 역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제안한 이태원특별법 협조와 관련해 “특별조사위원회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 법상의 문제가 있으니 국회의장 중재안을 국민힘도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의 (한 위원장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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