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쿨 코리아] AI교과서 2025년 도입… AI가 진도 나가고, 교사는 창의성 교육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12.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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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파괴적 교육혁신
이주호 교육부장관
학생별 학업성취도 분석해
같은 수업서 1대1 맞춤 진도
고교생 학원비로 月 80만원
AI 도입땐 그 돈 안써도 돼
내수가 전부인 韓 사교육시장
에듀테크 전환땐 수출도 가능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행사에서 '디지털 시대와 한국 교육'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면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한 교실에 30명의 아이들이 있다면 30명의 튜터를 붙여줄 수 있는 것이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교실을 확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메타버스·대화형 AI 등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과서로, 윤석열 정부 3대 교육 개혁 정책 중 하나인 '디지털 교육혁신' 대표 사례다.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 1, 고 1 수업 도입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별로 성취도를 분석해 '느린 학습자'에게는 기본개념을 다질 수 있는 기초학습 과제를 추천해주고, '빠른 학습자'에게는 토론·논술 등 심화학습 과제를 제공해줄 수 있다. 이 부총리는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 모두를 돌봐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면 이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연간 수천억 원 규모 재방교육재정교부금을 초·중등 교원 AI 활용 연수 등 AI 활용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부총리는 "고등학생은 한 달 평균 학원비가 80만원에 이를 정도로 학부모 부담이 심하다"며 "AI 디지털 교과서가 정착되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역할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인스트럭터'(강사)에서 아이들 창의성을 길러주는 '코치'로 바뀔 것으로 이 부총리는 본다. 그는 "AI 디지털 교과서 혁명이 일어나면 교사의 진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며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동심 등 고차원 역량을 함양시키고 학생의 정신건강을 돌봐주는 '멘토'로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교육은 '수능 준비반'을 운영하는 내수 산업이 아니라 세계로 진출하는 '에듀테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이 부총리 생각이다. 그는 "AI 디지털 교과서 시대에 필요한 학습도구 개발에 사교육 기업이 나서달라"며 "한국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도 수출하며 대한민국이 세계 교육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혁신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디지털 전환 추진 배경이다. 이 부총리는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책 '교육과 기술의 경쟁'을 소개하며 교육이 기술 변화를 앞설 때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고 분배도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그와 반대로 교육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성장이 둔화하고 분배도 나빠진다. 이 부총리는 "한때는 교육이 성장과 평등의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문제의 근원이 됐다"며 "다시 한번 교육이 기술 변화를 추동하는 교육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방과 후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주는 '늘봄학교' 운영도 개선·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3월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등 5개 지역 200여 개교를 선정해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해외에선 학교 수업이 끝나도 아이들이 저녁 때까지 운동·예술 등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학교에서 진행한다"며 "그간 우리 교육이 너무 경직적이고 이념화돼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을 안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교육에서 하던 것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니 모두가 좋아한다"며 "초등학교 사교육을 빠르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문화수석,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을 거쳐 만 49세의 나이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임명돼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누리과정 등 굵직굵직한 정책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야인 시절에도 이 부총리는 교육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유엔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 위원, 울산대 이사,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특히 유엔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청소년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범한 단체다.

이 부총리는 이때 경험이 교육혁신을 추진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한다. "이미 이때부터 위원들은 AI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고, 기술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하는 17~18세기 풍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실패할 거라는 데 뜻이 모였죠."

<시리즈 끝>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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