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만 깐다고 '에듀테크' 아냐 … 수업방식·입시제 개편 '숙제'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3. 12.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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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 2학년 수학 시간.

교단 앞에 선 교사가 개념을 설명하는 사이 책상 위 태블릿PC에 설치된 센서를 이용해 인공지능(AI) 보조교사(AI 튜터)는 학생들이 문제 푸는 모습을 관찰했다.

에듀테크 선도 학교로 운영되는 한 고교의 A교사는 "정답을 맞혔는지 등 결과만 중시하는 현재 수능 체제에서 디지털 교육은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문제를 더 잘 풀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조력자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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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보조교사 시대 과제는
오지선다·단답형 위주 교육선
'무늬만 에듀테크' 그칠 우려
문제해결 능력 키울 고민부터

한 중학교 2학년 수학 시간. 교단 앞에 선 교사가 개념을 설명하는 사이 책상 위 태블릿PC에 설치된 센서를 이용해 인공지능(AI) 보조교사(AI 튜터)는 학생들이 문제 푸는 모습을 관찰했다.

몇몇 학생이 문제 풀기를 어려워하자 이를 감지한 AI 튜터는 수학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그러자 수학 교사는 AI 튜터가 제시한 수준별 설명 자료를 곁들인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학생 개인 PC에 띄워주고, 난이도가 다른 문제를 게임으로 풀 수 있게끔 흥미를 유도한다.

고도화된 에듀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마주하게 될 교실 수업의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에듀테크 진흥 방안'을 내놓고 교실 현장의 AI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공교육 시스템에선 AI 등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유럽의 최빈국이었던 에스토니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 교육 롤모델로 주목받는 과정에서 디지털 교육이 한몫한 것처럼 한국도 에듀테크가 '잠자는 교실'을 깨우고 '무너진 공교육'을 일으킬 원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AI 시대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민간 시장 중심으로 움직이던 에듀테크 분야도 점차 공교육이 협력하는 기조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하이터치-하이테크 교육 모델을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해 이전 정부와 비교해 좀 더 속도감 있게 관련 정책이 추진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교육당국의 기조가 '무늬만 에듀테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에스토니아가 에듀테크를 활용하면서 수업 방식과 입시 구조 측면에서 '협업'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둔 것과 달리, 한국은 공교육에 하드웨어적 에듀테크를 이식하는 데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토니아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곳곳에서 협업 활동 중심의 수업이 일반화됐다. 태블릿PC 등 IT 기기를 활용하거나 다양한 에듀테크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두 명 이상이 함께 문제를 풀거나 토론을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의 수업 방식이 흔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공교육 현장에선 에듀테크 선도 학교로 IT 기기 활용도가 높더라도 수업 방식에선 '나 홀로 학습'인 경우가 많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단답형 문제가 위주인 입시 구조 아래에서는 에듀테크를 학습 능률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협업과 소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디지털 수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입시 체계 역시 이에 걸맞은 미래형 시험으로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에듀테크 선도 학교로 운영되는 한 고교의 A교사는 "정답을 맞혔는지 등 결과만 중시하는 현재 수능 체제에서 디지털 교육은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문제를 더 잘 풀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조력자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B교사는 "입시에 더욱 민감해지는 2, 3학년으로 올라가면 토론·토의나 프로젝트 형태 등으로 함께하는 소통 수업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에스토니아 대학 입시는 모든 시험이 주관식·서술식으로 돼 있어 학교 단위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에스토니아 입시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내야 하는 에세이 문제 위주다. 에스토니아 학교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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