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의 공짜점심]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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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과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고, 이 중 절반가량은 미착공 현장으로 남아 있다.
개발 사업이 돈이 되다 보니 높은 대출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태영처럼 PF 대출을 받으려는 곳이 많았다.
금융사들은 높은 수수료를 매겨 PF 대출을 내줬고, 과실은 PF부서 직원들이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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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과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저금리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시중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태영건설의 상황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가장 먼저 물어야 할 대상은 단연 태영 경영진이다.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자보상배율)은 0.8에 불과하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다는 건 쉽게 말해 기업이 사업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태영의 3분기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은 4조4100억원이다.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고, 이 중 절반가량은 미착공 현장으로 남아 있다. 개발 사업을 하겠다고 PF 대출을 잔뜩 받았지만 땅만 사들인 채 착공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사업장이 수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을 들여 건물을 지어도 분양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대출 이자만 낼 수밖에 없었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경영진이 이번 사태를 앞장서 책임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태영 경영진이 이렇게 무리한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초기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PF 대출 시장은 노다지였다. 개발 사업이 돈이 되다 보니 높은 대출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태영처럼 PF 대출을 받으려는 곳이 많았다. 금융사들은 높은 수수료를 매겨 PF 대출을 내줬고, 과실은 PF부서 직원들이 챙겼다.
9개 증권사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부동산 PF와 관련해 지급한 성과급은 8510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PF 담당 임원 1명은 한 해 6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매일경제가 확보한 태영건설 금융채권단 현황을 살펴보면 시중은행·증권사부터 지역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지사까지 금융권에서 태영에 돈을 대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채무조정이 이뤄지면 그에 대한 손실은 개별 금융사가 짊어져야 한다. PF 대출 성과급을 두둑이 챙겨온 금융사 임직원들도 이런 손실에 대한 책임을 같이 짊어질지 의문이다.
창립 50년이 된 건설사도,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 금융권도 부동산 호황이 계속될 것이란 착각에 빠져 '빚'의 무서움을 망각했다. 이런 착각이 시장을 지배하게 만든 건 사실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뛰는 일이 5년 내내 발생했다. 지난 5년은 건설사도, 금융회사도, 일반 소비자도 모두 부동산에 미쳐 있는 시기였다. 시장 과열에 따른 과수요에 기대 건설사와 금융권은 '빚잔치'를 벌였다.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가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다.
시장이 과열될 때 이뤄진 비이성적 의사결정에 대한 청구서가 이제 하나둘씩 날아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바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김유신 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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