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내다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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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내다보는 존재이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겹쳐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중 누구도 다른 나를 생각하는 일, 즉 미래를 현재의 손아귀에서 해방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를 정확히 인지하고, 더 나은 나를 떠올릴 힘이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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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내다보는 존재이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겹쳐 보고 싶어 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생각할 때, 언젠가 되고픈 더 나은 나를 떠올릴 때, 우리 안에 꿈이 생겨난다. 꿈은 비루한 현실에 시달리는 피동의 존재를 운명을 개척하는 능동의 존재로 만든다.
꿈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실현성 없는 걸 꿈꾸면 공상이고, 현실성 없는 걸 그리면 환상이고, 이루려는 일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면 구상이고, 있을 법한 일에서 가장 완전할 걸 떠올리면 이상이다. 공상과 환상은 쉽고 구상과 이상은 어렵다. 지금 여기에 가까울수록, 현재와 미래가 격렬히 충돌하는 까닭이다.
현재의 부정과 파괴를 동반하기에 좋은 꿈을 꾸는 건 너무나 괴롭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중 누구도 다른 나를 생각하는 일, 즉 미래를 현재의 손아귀에서 해방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말의 미학'(길 펴냄)에서 러시아 사상가 미하일 바흐친이 말하듯, 앞날을 내다보면서 꿈꾸지 않는 인간은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없다.
"내가 완결되고, 사건이 완결되었다면, 나는 살 수 없고, 행할 수 없다. 살기 위해서는 완결되지 않아야 하고, 나 자신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삶의 모든 순간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신이 되어야 하고, 나의 현존재와 일치하지 않는 내가 되어야 한다." 완결된 삶, 변화 없는 삶은 죽음과 동의어이다. 내다보기는 우리를 아직 실현되지 않은 존재로 만들어준다. 못난 존재가 되려고 현재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내다보기는 인식과 윤리를 결합한다. 현재의 나를 정확히 인지하고, 더 나은 나를 떠올릴 힘이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열린다. 참됨과 좋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더 나은 존재로 가는 자유의 여정에 돌입하지 못한다. 공상과 환상의 미로에 빠져 헤맬 뿐이다.
내다보기를 잘하려면 또한 현재 자기 삶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자기를 보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바흐친은 이를 미적 식견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작품 속 인물들을 바라보듯, 바깥의 눈으로 자기 삶 전체를 조망하면서 그 의미를 탐색하는 일이다.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자신을 체험해야 한다. 타자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럴 때만 우리는 삶을 완결할 만한 가치들로 자신을 완성할 수 있다." 가치 있는 존재, 아름다운 존재, 거룩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진실과 선함과 아름다움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잘 내다볼 수 있다. 새해엔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결심한다면, 모두 이 엄연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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