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지분매각 또 유찰···'상속세법 개정' 목소리 커진다
5조 규모 물납자산 공매 내놨지만
1차 이어 2차 매각도 응찰자 없어
3차 입찰부터 수의계약으로 진행
정부가 진행한 넥슨의 지주회사 NXC 지분 29.29%의 2차 공개 매각에서도 입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5조 원에 육박하는 지분을 분할하지 않고 ‘통매각’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한 데다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까닭에 매수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최고세율로 인해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물납주식 공매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하면서 상속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라인 공매 시스템에 따르면 NXC 지분 85만 1968주(지분율 29.29%)에 대한 2차 입찰을 실시한 결과 유찰됐다. 1차 입찰과 마찬가지로 2차 입찰에서도 응찰자가 없었다. 최초 최저 입찰가는 4조 7149억 원으로 역대 물납주식 중 최대 규모다. 매각은 온비드에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지분은 지난해 2월 별세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이 상속세로 납부한 것이다. 김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와 두 자녀는 지난해 9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 3000주(당시 지분율 67.49%)를 상속받았다. 김 창업자의 유족은 물려받은 지분 일부를 상속세로 납부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토대로 물납 자산 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1차에 이어 2차 입찰도 유찰된 데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분 구조가 이유로 꼽힌다. 김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 이사는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지속해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분 상속 이후에도 한동안 NXC 감사로 있던 유 이사는 올 3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이에 따라 유 이사는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넥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NXC 측은 5월 지분 물납 당시 “유 이사 및 관련자는 70%에 상당하는 지분율을 유지해 경영권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약 30%에 이르는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가 되더라도 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도 유찰 배경으로 분석된다. 유 이사와 두 자녀, 국내 계열사 와이즈키즈의 지분율은 70.71%에 달한다. 상법상 출석 주주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주주총회의 보통 결의 사항과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 결의 사항에서도 2대 주주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 외에도 4조 7149억 원 수준의 NXC 지분을 분할하지 않고 ‘통매각’하는 점도 원매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비상장증권인 데다 지속되는 고금리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한몫했다.
지분 매각이 차질을 빚으며 정부와 넥슨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분 매각으로 5조 원에 가까운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차질이 불가피하다. 넥슨 입장에서도 2대 주주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1·2차 경쟁입찰의 무산으로 3차 입찰부터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된다. 향후 기재부가 매각 방식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최고세율 탓에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물납주식 공매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 과세까지 적용하면 최고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삼성도 고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이후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팔거나 막대한 이자를 물어가며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해 분납 중이다.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사모펀드에 넘어간 기업들도 있다. 국내 사무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을 비롯해 락앤락·농우바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는 상속세를 손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상속·증여세 개편에 힘을 실었지만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한 채 내년 4월 총선 뒤로 물러섰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증여세에 대해 야당은 부의 세습이나 대물림을 얘기하지만 서민 증세로 변질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1999년 강남 일부 아파트 가격이 4억 원이던 시절 상속세가 개정된 뒤 30년이 지나도록 세율이나 과표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아파트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인플레이션은 감안하지 않은 30년 전 세율과 과표로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은 부자 증세가 아닌 서민 증세의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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