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올해 최고의 핫이슈 '소아청소년과'

2023. 12.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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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나 자신에게 잊히지 않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병원에서 진료하는 와중에도 해결하고 처리할 일이 산더미 같았지만 무엇보다 '소아청소년과'라는 이름이 이렇게나 많이 일반 사람들이며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을까.

의료계에서는 의원 개원의, 봉직의, 병원 운영자, 교수들 모두 다 할 것 없이 중요한 점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이를 가지고 정부나 국회, 많은 유관기관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씩 제도들을 만들고 개선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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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소아의료 뜨거운 화제였지만
복잡한 이해, 한정된 재화로
개선 쉽지않아 마음 무거워
모든 생명 기리는 '청룡의 해'
아이들 더 행복한 사회되길

2023년은 나 자신에게 잊히지 않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병원에서 진료하는 와중에도 해결하고 처리할 일이 산더미 같았지만 무엇보다 '소아청소년과'라는 이름이 이렇게나 많이 일반 사람들이며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을까. 적어도 연배가 많은 선배들에게 듣기로나 의사가 된 이후의 내 기억에는 없다. 아무래도 나 역시 소아청소년과 의사이다 보니 이러한 것에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세상사는 이야기'에도 다른 이야기들보다 소아 및 의료에 관련된 이야기를 가장 많이 썼던 것 같다.

올 한 해 소아청소년과는 급격하게 저하된 출산율에 이어 울음소리가 없어진 신생아실, 소아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 진료 문제, 아침저녁으로 대기하느라 줄 선 부모들, 야간 및 휴일에 진료를 보러 다니느라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모습으로 요약된다. 말로만 들어도 총체적 난국이다.

이번 전공의 지원이 일부 대형병원에 집중되기는 했지만 그나마 더 떨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유지됐다는 것에 안도할 따름이다. 의료계에서는 의원 개원의, 봉직의, 병원 운영자, 교수들 모두 다 할 것 없이 중요한 점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이를 가지고 정부나 국회, 많은 유관기관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씩 제도들을 만들고 개선해가고 있다.

나는 예전에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왜 저런 일을 원포인트로 해결해내지 못할까 하며 불만 가득한 의견들을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막상 최근 관련된 일을 해보니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느끼게 되는 것이 있었다.

아마도 선배 의사들은 이미 느꼈던 부분들일 것이리라 생각한다. 첫째로 의료계는 하나의 안건에만도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다. 의사는 환자의 '진료'에 있어서는 총괄하는 입장에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의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정책을 만들고 입안하는 사람들부터 의료를 이용하는 소비자까지 많은 집단이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둘째로는 의사들 중에서도 여러 단체뿐 아니라 관련된 현상에 대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제안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해 만들어낸 결과나 주장은 당연히 사회를 위해서도 이롭게 작용할 수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주장들이 서로 부딪치게 됐을 때는 소모적인 논쟁들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셋째로는 한정된 재화는 이게 건강보험 재정이 됐든 국가 예산이 됐든 결국 국민들(의사도 포함된)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출이나 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자문회의, 전문가회의 또는 협회 등을 대신해 회의에 나갈 때면 예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갈수록 점점 더 무게감을 느끼게 됐다. 말 한마디가 중요한 논쟁의 여지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정책에 반영될 수도 있는 그런 무게감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최근의 회의에서는 말을 많이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 의견을 경청한 뒤 내 제안을 얘기하는 방향으로 습관이 변하고 있다. 나의 이러한 자그마한 노력들이 다음에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예전보다는 신중하게 회의에 참석하게 되는 것 같다.

내년은 청룡의 해라고 한다. 청룡은 동방을 지키는 존재로서 '모든 생명의 탄생'을 기리는 뜻도 있다고 한다. 청룡의 해에는 사회가 안정화되고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많이 들리면서 온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고 아픈 아이들도 빨리 낫고 건강해지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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